산에 수십억 보물 숨긴 美 갑부 “찾는 사람이 임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8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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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애나 존스'가 되고 싶은 사람은 당장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가야 할 것 같다. 미국 뉴멕시코 주의 한 억만장자가 수백만 달러 상당의 귀금속이 들어있는 보물 상자를 숨겨놓고 "찾는 사람이 다 가지라"고 공개 선언했기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미국 NBC뉴스에 따르면, 뉴멕시코 주 싼타페에 살고 있는 포레스트 펜(82)은 3년 전 산 속 비밀의 장소에 수백만 달러의 금화와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등 보석을 숨겨놓았다.

그는 미국인들이 텔레비전(TV)을 시청하거나 비디오 게임에 몰두하는 등 꿈을 잃어버리고 있어 이처럼 보물찾기 운동을 펼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TV나 스마트폰 같은 '괴물'을 멀리하고 아이들과 함께 야외로 나가 낚시를 하거나 등산을 하라는 게 그가 전하는 메시지다.

펜은 자서전에 보물이 묻힌 곳의 단서도 숨겨 놓았다. '따뜻한 시냇물이 흐르는 계곡 어딘가, 그러나 걸어가기엔 너무 먼 곳에' 라는 시구에 단서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보물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의 이웃에 사는 보석세공인은 펜의 힌트대로 20여 곳을 탐사했으나 실패했다고 한다.

펜의 보물 상자에는 40파운드(18.1kg) 상당의 보물이 들어있다고 한다. 9세 무렵 모험 소설을 처음 읽기 시작한 그는 이후 보물찾기에 매료됐다. 어린 펜은 고향 텍사스 근방에서 아메리칸 인디언이 남긴 화살촉을 발굴하기도 했다. 교사의 아들이었던 그는 졸업 후 공군에 입대했다.

전투기 조종사로 베트남전에 참전한 펜은 비행기가 두 번이나 추락해 목숨을 잃을 뻔했다. 제대 후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펜은 미술품 중개사업에 뛰어들어 큰 재산을 모았다.

1988년 그는 손꼽히는 미술 중개상의 위치에 올랐다. 디자이너 랄프 로렌, 할리우드 감독 겸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 등을 고객으로 두었다. 그 무렵 그는 신장암에 걸렸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의사는 3년 더 살수 있는 확률이 20%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때부터 펜은 보물상자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보물상자에 넣을 물건을 하나하나 모으기 시작한 것. 상자를 채울 만큼 채웠다는 확신이 들자 그는 자서전에 표시한 장소에 상자를 묻었다. 건강도 크게 회복했다.

그는 "보물을 묻고 돌아오는 데, 그런 내 모습이 어찌나 자랑스러웠던지 크게 웃었다. '포레스트 정말로 해낸 거야?'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라고 속으로 말했다"고 NBC에 말했다.
펜이 시작한 보물찾기 놀이는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펜은 7500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일부는 금속 탐지기를 사용해도 되는지 지침을 받고 싶어 했고, 어떤 사람들은 오랜만에 가족과 즐거운 휴가를 보낼 수 있었다며 그에게 감사했다.

일각에서는 보물 상자가 처음부터 없었을 수도 있다며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펜을 잘 알고 있는 한 보석상은 "그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 가장 정직한 남자"라고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또 다른 펜의 신봉자는 영화 제작자 달 네이첼이다. 그는 단서 한 장 손에 들고 수천 마일을 뒤졌다. 그는 산을 타고 심지어 얼어붙은 폭포 안으로 뛰어들기도 했다. 그는 펜의 바람대로 많은 사람들이 대자연으로 나가 스포츠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네이첼은 "미국의 또 다른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 됐다"며 "대머리 독수리가 머리 위로 날고, 큰 뿔 야생양이 내 앞에서 뛰어 다녔다. 모두 보물찾기 덕분"이라고 전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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