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살해 혐의 피스토리우스 보석 석방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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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를 고의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가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 법원으로부터 보석을 허가 받아 풀려났다. 그간 사건 수사를 주도하며 검찰 측 핵심 증인으로 활동했던 힐턴 보타 형사의 증언 신뢰도 문제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2일 프리토리아 법원에서 열린 구속적부심 공판에서 재판장인 데스몬드 나이르 판사는 “보타 형사가 몇 차례 말을 바꾼 데다 증거 훼손 여지까지 있어 진정한 범인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스토리우스가 보석으로 풀려나면 외국으로 도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검찰 측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나이르 판사의 판결이 내려지자 법정 안에서는 피스토리우스의 가족과 지인들이 환호하며 서로를 껴안았다.

보타 형사는 수사 과정에서 피스토리우스의 침실에서 스테로이드제 테스토스테론 등이 담긴 상자를 발견했다고 밝혀 피스토리우스가 약에 취해 범행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메두페 시마시쿠 검찰 대변인은 “발견된 약물을 테스토스테론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며 감식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살인 현장에 도착한 수사관들이 보호 부츠를 신지 않은 사실을 시인해 증거가 훼손됐을 가능성을 스스로 인정했다.

한편 피스토리우스의 보석을 강하게 반대해온 검찰 측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검찰 측은 21일 보타 형사의 신뢰도 문제가 불거지자 이번 사건의 담당 수사관을 경찰 고위간부인 비네시쿠마르 무누 수사국장으로 교체하는 등 피스토리우스의 보석 반대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보타 형사가 지난달 초 살인혐의로 형사 기소된 일까지 뒤늦게 알려지며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그는 2011년 다른 경관 2명과 함께 술에 취한 상태에서 경찰차를 몰고 가다 정지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7명이 탄 미니버스를 향해 총기를 발사했다. 그는 당시 살인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달 초 뒤늦게 기소됐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피스토리우스#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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