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권 反美시위 인도네시아로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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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대사관 진입 시도

이슬람 비하 동영상 ‘무지한 무슬림’ 때문에 촉발한 이슬람권 반미 시위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17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는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해 최소 12명이 숨졌다. 테러 공격은 이날 오전 6시 30분경 카불국제공항 방향 고속도로에서 일어났다. 이번 사건으로 미니버스에 타고 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인 8명과 자동차에 있던 아프간인 4명이 사망했다. 남아공인들은 남아공의 한 항공사 소속 직원으로 밝혀졌다. 탈레반에 이어 아프간에서 두 번째로 큰 ‘헤즈비 이슬라미 아프가니스탄(HIA)’의 하룬 자르군 대변인은 “반(反)이슬람 동영상에 복수하기 위해 스물두 살 파티마란 여성이 자원해 폭탄조끼를 입었다”고 AP통신과의 통화에서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혔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주재 미국대사관 앞에서도 무슬림들이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슬람수호자전선(FPI) 등 이슬람 단체 회원과 일반 시민으로 조직된 시위대 700여 명은 오후 2시 45분경부터 자카르타 미대사관 앞에서 타이어에 불을 지르고 성조기를 불태우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대사관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20여 명이 다쳤다. 동영상 파문 이후 미대사관 앞에서 반미 시위가 벌어진 것은 이집트 수단 튀니지 예멘 프랑스에 이어 여섯 번째다.

이에 미 국무부는 전 세계 자국 공관에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하고 레바논을 포함해 최근 잇따라 반미 시위가 발생한 국가들에 대해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 AP통신은 레바논 주재 미국대사관이 비상사태에 대비해 기밀문서들을 소각하고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대학가에서 폭탄테러 위협 사건이 발생했다. 14일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와 노스다코타주립대에 이어 17일 루이지애나대에도 폭발물 설치 협박 전화가 걸려와 학생과 교직원들이 전원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한편 반미 테러로 숨진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주리비아 미국대사가 피습 이후 리비아인들에게 발견되었을 당시에는 살아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현장을 직접 촬영한 프리랜서 비디오 작가 파흐드 알 바쿠스 씨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 리비아인들이 스티븐스 대사를 옮기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주변에 미국인이 없어 그들은 나중에서야 그가 스티븐스 대사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다.

AP는 이 영상에 스티븐스 대사를 구하려고 리비아인들이 최선을 다하는 장면이 나와 영사관 피습 사건이 반미감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알카에다 등 테러단체에 의한 사전 계획설도 고려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이슬람#시위#자카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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