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남중국해 영유권분쟁지에 市 설치

난사 등 3개 군도 관리… 장악력 강화
법에 주권 명시 베트남과 갈등 커질듯

중국이 남중국해 일대를 통합 관리하기 위해 새로 설립할 싼사 시 청사가 들어설 융싱 섬 전경. 신징보 제공

중국이 동남아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일대를 통합 관리하는 싼사(三沙) 시라는 행정단위를 설립했다. 중국 국무원은 21일 난사(南沙)·시사(西沙)·중사(中沙) 군도를 관리하는 싼사 시 설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행정개편안을 통과시켰다.

싼사 시 청사는 시사 군도에 있는 융싱(永興) 섬에 설치된다. 시라고는 하지만 기존 섬에 청사 건물만 짓고 인근 지역에 대한 관리 기능을 부여한 것이다. 융싱 섬은 남중국해에 있는 가장 큰 섬으로 면적은 2km²가량이며 비행장과 접안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중국은 1959년 시난중사(시사·난사·중사 군도)공작위원회‘를 설치하고 개별 군도마다 별도의 관리사무실을 둬 왔다. 각 군도는 지금까지 각자 현(한국의 읍이나 군)급 행정단위였지만 이번에 이를 모두 묶어 시급으로 상향 조정한 것. 이는 해당 지역이 중국 영토임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민정부(한국의 행정안전부) 대변인은 “싼사 시 설립으로 3개 군도에 대한 행정관리는 물론이고 개발이 강화되고 해양환경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외교학원 저우융성(周永生) 교수는 “싼사 시 설립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제도화하고 법제화하는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이곳으로의 중국인 이주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베트남 국회가 최근 해양법을 개정해 시사·난사 군도가 자국 관할 범위 안에 있다고 규정한 이후 나온 것이어서 이 지역을 둘러싼 주권 다툼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장즈쥔(張志軍)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21일 주중베트남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베트남의 법 개정 행위가 불법이자 무효”라고 항의했다. 중국은 필리핀과도 중사 군도의 황옌(黃巖·스카버러 섬) 섬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은 2010년부터 남중국해를 ‘핵심 이익’으로 규정하고 해역 대부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해 왔다. 해저자원은 물론이고 해상 교역로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1962년에 인도와, 1979년에는 베트남과 전쟁을 벌이는 등 영토 문제와 관련해서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행태를 보여 왔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