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10만명 反긴축 시위… 유럽전역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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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선 세무서 대상 연쇄 테러도
15일 올랑드-메르켈 회동 관심

강력한 긴축정책으로 실업과 경기침체 등 심각한 부작용에 직면한 유럽에서 긴축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와 테러가 동시다발로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 이탈리아 지방선거에서 일제히 표출된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민심이 유럽 전 지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유로존에서 심각한 실업률과 경기후퇴로 구제금융설이 끊이지 않는 스페인은 12일 마드리드 3만 명, 바르셀로나 4만5000명 등 전국 80곳에서 최소 10만 명이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경찰의 해산 명령에도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외치며 광장을 점령했고 밤 12시 항의의 의미로 팔을 하늘을 향해 뻗친 채 1분간 침묵시위를 했다.

이날 시위는 지난해 빈부격차 확대와 금융자본에 반대하며 글로벌 ‘점령(Occupy)’ 시위의 일환으로 벌어졌던 스페인의 ‘분노한 사람들’ 집회 1주년(5월 15일)에 맞춰 나흘 일정으로 시작됐다. 군중은 시위의 진원지였던 마드리드 ‘푸에르타 델 솔(태양의 문)’ 광장에서 텐트를 치고 3박 4일 시위에 돌입했다. 스페인의 실업률은 24.4%, 25세 미만 청년 실업률은 52%에 달한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도 이날 극우 정당인 요비크(더 나은 헝가리를 위한 운동)당의 주도로 2500명이 정부의 세금 인상과 긴축조치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보너 가보르 요비크당 대표는 “집권당 피데스당과 전 사회당 정권이 외국 은행과 다국적 기업에 나라를 팔아먹었다”고 주장했다. 영국 런던에서도 600여 명의 시위대가 약탈적 자본주의 체제의 종식을 요구하며 은행을 비판하는 집회를 연 뒤 경찰과 충돌해 12명이 체포됐다. 텔아비브(5000명)와 예루살렘(1000명) 등 이스라엘의 주요 도시에서도 수천 명이 물가 급등에 반대하며 사회정의 실현을 요구하는 시위를 가졌다.

막대한 국가부채에 시달리는 이탈리아에서는 무정부주의자들이 경제 불안을 틈타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12일 리보르노 시에서는 괴한들이 국세청 건물에 화염병 2개를 던지고 달아났다. 또 항공국방 기업 핀메카니카의 핵 관련 계열사 사장이 무정부연합조직원으로부터 총격을 받았다. 긴축의 상징인 세무기관과 대기업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면서 1970년대 이탈리아에서 많은 희생자를 낳았던 극단주의자들의 정치 폭동이 재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로존 위기의 풍향을 가늠할 독일-프랑스 정상회담이 15일 독일에서 열린다. ‘성장’을 외치며 승리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는 취임식을 마친 당일 바로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긴축의 수장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신재정협약 문제를 논의한다. 회동의 최대 쟁점인 긴축 위주의 신재정협약에 올랑드 당선자가 주장하는 성장을 첨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민간 펀드를 끌어들여 유럽연합(EU) 내 인프라와 에너지 산업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스페인#유럽 반 긴축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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