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동성결혼 지지”… 대선 승부수 띄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롬니는 확고한 반대 의견
찬성 국민 늘어나고 있지만… 격전지선 반대가 더 많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동성 커플의 결혼 합법화를 공식적으로 찬성한다고 9일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동성 커플 결혼을 찬성한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미국에서 찬반이 팽팽하게 엇갈려 있고 폭발력이 큰 이 사안은 11월 대선의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ABC 방송과 인터뷰를 갖고 “나는 동성 커플이 결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사실을 분명하게 밝히고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동성 커플 결혼 합법화 문제에 대해 ‘시민적 결합(civil union)’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해 입장을 밝히기를 주저해왔던 게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이라는 단어에 강한 전통과 종교적 믿음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아주 민감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시민적 결합은 동성 커플을 법으로 허용하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부부로 인정하는 것으로 2000년 버몬트 주에서 비롯된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 “결혼은 남성과 여성의 결합으로 제한돼야 한다”며 동성 커플 결혼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 후인 2010년 동성애자의 군복무금지법 폐지에 서명한 뒤에는 “내 생각이 바뀌고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후에는 “내 생각이 진화하고 있다”는 표현을 썼지만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찬성이나 반대를 명확하게 하지 않는 ‘전략적인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9일 “두 딸 말리아와 사샤의 친구들 부모 가운데에도 동성 커플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이들이 다르게 취급받아야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우며 앞으로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 미셸도 결정에 관여했다. 우리 두 사람 모두 동성 커플의 결혼을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8일 실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50%는 동성 커플 결혼 합법화에 찬성한 반면 48%는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 여론이 팽팽하게 엇갈려 있음을 보여줬다.

공화당 롬니 후보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주지사 시절 여러 차례 밝혔던 것과 똑같은 결혼관을 갖고 있다”며 “결혼은 남성과 여성의 관계라고 믿는다”고 못 박았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미국#오바마#동성결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