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으로 불안한 中, 밖에서 옥죄는 美

  • 동아일보

오바마-노다 “태평양 미국령서 공동훈련”
필리핀과는 영유권 분쟁지 군사공조 강화

미국이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맞서 일본 필리핀 등과 군사협력을 강화해 나간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4월 30일 미국 워싱턴에서 공식회담을 갖고 중국을 겨냥해 미국령 내에서 군사시설을 공동 사용하고 공동 훈련을 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유사시 기동력과 즉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자위대와 미군이 미국령인 괌과 북마리아나 제도에서 공동으로 시설을 사용하고 훈련한다는 것이다. 태평양 진출을 노리는 중국을 오키나와 외곽에서 2차 봉쇄한다는 것이다. 북마리아나 제도는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하기 위해 전투기를 출격시켰던 곳으로 만약 일본 자위대가 미국령에 주둔한다면 태평양전쟁 이후 60여 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조치는 오키나와에 집중돼 있던 미군을 괌과 하와이 호주에 분산 배치해 유사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중국을 그물망으로 견제하겠다는 미군 재편 프로그램의 일환이기도 하다. 또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이 중국 견제 비용을 일본과 분담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미일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해양, 우주, 사이버공간 세 분야에서도 국제적인 룰에 따른 이용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이 역시 중국의 해양자원 확보와 우주개발을 견제한 내용이라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미일 양국이 군사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공동 개발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됐다.

미국은 동남아시아 요충지인 필리핀과의 관계 강화에도 나섰다. 두 나라는 1일 워싱턴에서 양국 외교장관과 국방장관이 참석한 ‘2+2 회담’을 갖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군사적 경제적 협력 관계를 강화해 나가겠다”며 “영유권 분쟁이 있는 지역에서 국제법 절차에 따라 항해의 자유를 지키는 데 공동의 이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필리핀과의 해상안보 공조를 확인한 것은 중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연합 군사훈련을 유지하고 필리핀 해상경계시스템 능력을 높이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대테러 공조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필리핀은 남중국해 난사(南沙) 군도(스프래틀리 제도)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지난달 초 필리핀이 실효 시배하고 있는 스카버러 섬(중국명 황옌섬) 주변 어업권을 둘러싸고 양국 해군 함정이 대치하기도 했다. 미국과 필리핀은 또 지난주 중국과 필리핀의 영유권 분쟁 부근 해역에서 미군 4500명과 필리핀군 2300명이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인 ‘발리카탄’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필리핀이 미국과의 군사협력 강화에 나선 것은 뿌리 깊은 반미 감정을 갖고 있는 필리핀의 대미(對美) 정책의 중대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중국 견제라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중국#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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