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네타 美 국방장관 ‘빈라덴 사살’ 4차례 아찔했던 순간 회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9일 0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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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 붕괴되진 않았지만 미국 더욱 안전해져"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은 오사마 빈라덴의 사살이 알카에다를 붕괴시킨 '특효약'(silver bullet)은 못됐더라도 그것을 계기로 미국이 더욱 안전해졌다고 밝혔다.

패네타 장관은 27일(현지시간) 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군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빈라덴을 비롯한 알카에다 고위 지도자들을 사살함으로써 다시는 9.11과 같은 수준의 테러를 지휘하지 못할 정도로 알카에다의 테러역량이 약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5월1일(파키스탄 시간 5월2일) 빈라덴 사살 작전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 신분으로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있는 CIA 본부에서 현장 상황을 영상을 통해 지켜봤다.

패네타 장관은 당시 4차례의 숨막히는 순간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첫번째는 네이비실 요원들을 태운 헬기가 아프가니스탄 기지를 이륙해 파키스탄으로 향할 때였다.

그는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 영공으로 진입할 때 적발될 가능성 때문에 극도로 조마조마했다"면서 "솔직히 그때 우리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다른 신호와 통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레이더를 비롯한 파키스탄의 전자장비가 헬기를 감지했는지 그 징후를 예의주시했다는 의미다.

두번째 위기는 2대의 헬기 중 1대가 빈라덴 은신처의 벽 안쪽으로 추락한 순간에 찾아왔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미리 대비책을 세워놨다"는 현장 지휘관의 말을 듣고는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헬기 한대가 잘못될 상황을 가정해 미리 백업용 헬기를 인근에 대기시켜 뒀다는 것이었다.

패네타 장관은 요원들이 은신처 안으로 투입된 직후에 다시 한번 극도의 긴장감이 몰려왔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20분간 현지 영상이 완전히 끊기면서 백악관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참모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요원들이 10년 가까이 추적해온 빈라덴을 침실에서 찾아내 사살한 것은 바로 이때였다.

패네타 장관은 "총성이 있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이후 상황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가 몇분이 지나서야 'KIA, 제로니모(Geronimo) KIA'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제로니모는 빈라덴의 작전명이고 KIA(Killed In Action)는 작전에서 사살했다는 군사용어다.

마지막으로 숨죽였던 순간은 빈라덴의 시신을 실은 헬기와 백업용 헬기가 무사히 현장을 벗어날 때까지였다. 파키스탄이 추락한 헬기의 기술을 베끼지 못하도록 철수 이전에 폭파하는 것도 요원들이 완수해야 할 임무였다.

패네타 장관은 "추락한 헬기를 폭파할 때 쯤엔 모든 파키스탄인들이 잠에서 깨어나 있었다"고 말했다.

패네타 장관의 이같은 회고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측이 빈라덴을 사살한 공적을 대선 홍보에 적극 활용키로 할 방침임을 분명히 한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오바마 진영은 빈라덴 사살 1주년을 맞아 그를 제거한 것을 대표적인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공화당 대선주자로 사실상 확정된 밋 롬니 전 주지사는 오바마와 달리 국가안보 분야의 경험이 일천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으로 이해된다고 외신이 28일 전했다.

한편 또 다른 외신은 빈 라덴 사살에 파키스탄이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는 파키스탄 관리들의 언급을 소개했다.

한 관리는 "빈 라덴의 소재에 관한 단서와 정보는 사실 우리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고 정보 분야의 한 관리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알카에다 타격 작전은 모두 우리의 도움으로 수행돼 왔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관리는 파키스탄 정보부(ISI)이 미국 CIA에 알려준 한 휴대전화 번호가 알 카에다 연락책으로 연결돼 빈 라덴 소재 파악에 결정적 단서가 됐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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