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 풀린 오자와… 日 총리 도전 잰걸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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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자금법 위반 1심 무죄… 9월 민주당 대표 경선 나설듯

‘오자와는 부활할 것인가.’

지난 20여 년간 일본 정계의 ‘막후 실력자’로 군림해온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70·사진) 전 민주당 대표의 정치자금법 족쇄가 풀렸다. 오자와 전 대표는 당장 9월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해 총리직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본 정계에 거센 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도쿄지방법원은 26일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자와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오자와 전 대표의 혐의는 그의 정치자금관리단체인 리쿠잔카이(陸山會)가 2004년 도쿄시내 택지(3억5200만 엔)를 구입하면서 들어간 돈의 출처를 정치자금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는 과정에 비서들과 공모했다는 것이다. 당시 돈의 출처가 오자와 전 대표의 개인 돈으로 밝혀지면서 도쿄지검 특수부는 청탁 대가로 받은 돈이라는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였지만 2010년 혐의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일반시민으로 구성된 검찰심사회가 검찰의 결정을 뒤집고 그를 강제 기소했다. 이날 판결은 1심이지만 검찰심사회가 항소해도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판결 직후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이 호외를 발행할 만큼 정치권이 크게 술렁였다. 당장 오자와 대 반(反)오자와 전선이 형성돼 날선 공방을 벌였다. 오자와 전 대표의 지지자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는 “오자와 씨는 일본 정치에 없어서는 안 될 정치가”라고 환영했다. 반면 야당은 오자와 전 대표의 비서들이 관련 사건으로 이미 유죄판결을 받은 만큼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민당의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간사장은 오자와 전 대표를 국회에 증인으로 소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한편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정치생명을 걸었다는 소비세 인상 법안에도 협조할 수 없다며 총리가 직접 오자와 전 대표를 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오자와 전 대표와 가까운 고시이시 아즈마(輿石東) 간사장은 정지됐던 오자와 전 대표의 당원자격을 당장 복권하겠다고 나섰지만 반오자와 진영인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정조회장은 “당원자격 정지는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라고 견제했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에 이어 오자와그룹을 배제해온 노다 총리의 국정 운영은 한층 어려워졌다. 오자와 전 대표가 소비세인상 법안은 물론이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등 노다 정권의 핵심 정책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자와 전 대표는 9월 민주당 대표 경선에 나설 전망이지만 당내 갈등이 격화되면 민주당이 분열해 정계 재편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大阪) 시장,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전 국민신당 대표 등 주요 정치세력은 오래전부터 오자와 전 대표에게 연대의 손짓을 보내왔다.

오자와 전 대표는 한국 정치의 3김 씨와 같은 존재다. 1969년 27세로 중의원 의원이 된 그는 47세이던 1989년 집권 자민당 간사장이 돼 황태자로 군림했다. 1993년 자민당을 뛰쳐나온 뒤로는 분당 합당 창당 등 일본 정계개편을 주도했고 2009년에는 민주당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이 돼 자민당 일당독재 체제를 끝냈다. 하지만 돈에 기대는 구시대 정치가 부메랑으로 돌아와 정치인생의 정점에서 그의 발목을 잡았다. 일본에서 오자와 전 대표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리지만 그의 큰 판을 짜는 능력과 카리스마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일본 정계가 그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일본#오자와이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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