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서 亞 유학생 겨냥 ‘인종차별 테러’ 기승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6일 03시 00분


중국인 기차안서 폭행 피해 “담뱃불로 얼굴 지지며 폭언 승객들 아무도 안도와줘”
中-濠 외교문제로 비화… 지난달엔 韓여성 테러 당해

호주에서 아시아계 유학생을 상대로 한 인종차별적 폭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유학생들은 물론이고 호주사회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특히 23일엔 중국인 학생들이 10대들에게 인종차별적 폭언과 함께 집단폭행을 당해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사건은 23일 0시 반경, 시드니 중앙역을 출발해 록데일로 항하던 기차 안에서 일어났다. 시드니공과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던 중국인 유학생 쉬안 씨와 그의 친구가 난데없이 여학생 2명을 포함한 호주 10대 백인 6명에게서 집단구타를 당한 것.

쉬안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가해자들이 갑자기 달려들어 ‘아시아의 개와 고양이들’라고 욕하며 주먹과 발, 유리병으로 마구 때렸다. 담뱃불로 내 얼굴을 지지기까지 했다. 코뼈가 내려앉은 친구가 피를 닦으려 하자 한 여학생이 팬티 속에서 탐폰(삽입형 생리대)을 빼내 ‘이거나 처먹어’라며 입에 쑤셔 넣는 엽기적인 행동도 했다”고 밝혔다. 당시 열차 안에 있던 사람들은 아무도 말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쉬안 씨의 글은 24일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서 1만 건 이상 리트윗되면서 중국인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가 전했다.

시드니 주재 중국 총영사관은 호주 정부에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가해자 처벌을 요구했고 케빈 러드 전 총리도 중국대사관에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사과의 뜻을 표시했다.

이번 사건은 중국대사관이 “최근 호주에서 인종차별적 범죄가 늘고 있으니 호주를 여행하는 국민들은 ‘안전상의 주의’를 요망한다”고 발표한 지 이틀 만에 발생했다.

호주의 인종테러범죄는 한국인 일본인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22일엔 한국인 여성 김모 씨가 방화 테러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학생 비자로 시드니에 머물던 김 씨는 골목길에서 만난 괴한이 인화성 물질을 끼얹고 불을 붙여 상반신 피부의 40%가 괴사하는 중화상을 입었다.

이달 17일엔 일본 여성이 호주 백인 남성에게 납치, 감금돼 성폭행을 당한 뒤 탈출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2009년과 2010년엔 인도 유학생 폭행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 2010년 인도 학생의 호주 학생비자 신청률이 전년보다 46%가 감소했었다.

호주의 인종차별 범죄는 1973년 폐기되긴 했지만 아직도 일부 국민 사이에 남아있는 백호주의(白濠主義·백인우선정책) 정서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경제 문화 산업적으로 가까워진 아시아인을 위협적인 존재로 보지 말고 우리의 파트너로 인정할 때”라며 “불행히도 우리는 인종과 백인 우월주의 문화에 갇혀있다”고 지적했다. 인종차별 범죄는 호주 유학산업에 악영향을 끼쳐 2009년 177억 달러(약 20조8287억 원)였던 유학 수입은 2010년엔 172억 달러, 2011년엔 139억 달러(약 16조3570억 원)로 급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인종차별 테러#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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