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총리, 27년만에 中방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0일 03시 00분


기업인 300명 대규모 동행
위구르 갈등 해소 2년만에 경제적 요인 크게 작용한 듯

중국을 앞장서 비난했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8일 역사적인 중국 방문길에 올랐다. 에르도안 총리의 방중은 취임 9년 만에 처음이자 터키 총리로서도 27년 만이다.

그는 8일 중국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의 수도 우루무치(烏魯木齊)에 도착해 나흘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9일 베이징(北京)에 도착해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만난 데 이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도 만날 예정이다.

에르도안 총리의 방중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터키와 중국은 위구르족 민족 문제로 서로 미묘한 갈등 관계에 있어 왔다.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터키 및 중앙아시아 국가 민족들과 인종 언어 종교 등이 비슷한 위구르족이 인구의 절반 가까이 된다. 이 때문에 위구르족의 분리 독립 움직임은 터키에서 암묵적인 동정을 받아 왔다. 위구르족 시위의 동조 시위가 터키에서 발생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총리 역시 2009년 우루무치 유혈 사태를 ‘대량학살’이라며 사태의 책임이 중국 정부에 있다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2000년 중국이 우크라이나로부터 구매한 항공모함 ‘바랴크’를 흑해를 거쳐 중국으로 들여올 때도 터키 정부는 이스탄불 대교와 충돌이 우려된다면서 16개월 동안 자국 해협 통과를 불허하기도 했다.

하지만 터키는 최근 수년간 친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0년 중국과 터키는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었다. 최근 에르도안 총리는 “중국 영토를 존중한다”고 거듭 말했다. 위구르족 분리 독립 움직임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공개 선언한 것. 터키 정부는 자국 내에서 위구르족의 활동에 대해 제한하기 시작했다. 또 군사훈련에 중국 공군을 초청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처음으로 군사훈련에 중국군의 참관을 요청한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양국의 관계 강화는 경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터키의 제3대 무역상대국이다. 중국 정부는 우루무치 사태 이후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적극적인 개발정책을 펴왔고 터키 자본의 참여를 적극 환영하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도 300명의 기업인을 이번 방중에 동행했고 중국 측과의 경제적 상호 유대 증진을 최우선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터키는 신장 지역에 공업지대를 건설할 계획이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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