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의 전설 ‘심문자’ 월리스 별세

  • Array
  • 입력 2012년 4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美 CBS ‘60분’ 38년간 진행, 거침없는 질문으로 한시대 풍미
호메이니 만나 “정신이상자”… 푸틴에겐 “이게 무슨 민주냐”

‘심문자(interrogator)’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인터뷰 상대에게 날카롭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져 유명했던 미국 CBS 시사 프로그램 ‘60분(60 Minutes)’의 진행자 마이크 월리스(사진)가 7일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968년부터 ‘60분’을 진행해온 그는 1979년 주이란 미국대사관 인질사태 때에는 테헤란으로 날아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에게 “이집트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 같은 사람들은 당신을 ‘정신이상자(lunatic)’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통역조차 얼굴이 파래질 정도의 직설적인 질문이었다. 2009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에게는 “이슬람 과격단체 헤즈볼라의 테러를 지원하느냐”고 물었고 이에 화가 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당신은 이스라엘 대변인이냐, 저널리스트냐”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2000년대 초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는 러시아의 심각한 부패 상황을 지적하며 “이런 걸 진짜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질책성 질문을 던졌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푸틴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이므로 정책은 내가 결정한다”는 화난 말로 답했다.

1990년대 초 자존심 세기로 유명한 미국 여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에게 “젊은 시절 당신은 자아도취적 인물이었다. 정말 마음에 안 들었다”고 대놓고 말해 상처를 받은 스트라이샌드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2006년 은퇴한 후에도 종종 ‘60분’에 출연해 유명인들을 인터뷰했던 월리스는 2008년 야구선수 로저 클레먼스와의 인터뷰를 끝으로 방송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에미상 인터뷰 부문을 21차례나 수상한 것을 비롯해 듀폰-컬럼비아 언론상, 피바디상 등을 받았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월리스#심문자#별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