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신성인 美병사, 아프간 反美 잠재울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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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클 병장, 장갑차에 치일 뻔한 아프간 소녀 밀어내고 숨져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미군이 장갑차에 치일 뻔한 아프간 소녀들을 구하고 자신은 미처 피하지 못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CNN방송 등 외신은 29일 미 국방부의 공식 발표를 인용해 “아프간에 파병돼 임무를 수행하던 로드아일랜드 주 방위군 소속 데니스 와이클 병장(29·사진)이 아프간 동부 라그만 주에서 22일 비전투적 요인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사고 당시 동료들과 함께 후송트럭을 타고 이동하던 와이클 병장은 길에 여러 명의 아프간 소녀가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동료들과 함께 트럭에서 내려 소녀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당시 아프간 소녀들은 길에서 조개껍데기를 줍고 있었다. CNN은 소녀들이 시장에 내다 팔 조개껍데기를 줍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런데 소녀들이 모두 대피한 뒤 미군 차량들이 다시 출발했을 때 한 소녀가 조개껍데기를 더 가져가려고 갑자기 길로 뛰어들었다. 와이클 병장은 돌진하던 지뢰 및 매복방호용 장갑차(MRAP) 앞으로 뛰어들어 소녀를 길 밖으로 밀어냈지만 자신은 장갑차에 치여 숨졌다. MRAP는 무게가 16t에 이르는 병력수송 중무장 차량이다.

와이클 병장은 여자친구와의 사이에 세 명의 아이를 두고 있으며 곧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와이클 병장의 페이스북에는 그의 자녀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아빠, 우리는 당신이 자랑스러워요. 당신은 우리의 영웅이에요”라는 글이 올라와 있으며 수백 개의 추모 댓글이 달리고 있다.

와이클 병장은 2001년 18세 때 입대해 로드아일랜드 주 프로비던스에서 방위군으로 복무해왔다. 2005년에는 이라크에 배치돼 복무했고 아프간에는 몇 주 전에 배치됐다. 와이클 병장의 시신은 4월 2일 로드아일랜드의 군인묘지에 매장될 예정이다. 미 국방부는 와이클 병장에게 1계급 진급을 추서하겠다고 발표했다. 미 정부는 와이클 병장의 부모에게 브론즈스타 훈장을 수여하기로 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훈장을 수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채널A 영상] ‘탈레반 시신에 소변’ 아프간 파병 미군 파문

링컨 채피 로드아일랜드 주지사는 “와이클 병장의 숭고한 희생과 용기는 모든 이에게 기억될 것”이라며 그의 장례식이 열리는 4월 1일까지 로드아일랜드 주에 조기를 게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고로 미군의 전면 철수를 앞두고 악화됐던 아프간 내 반미 여론이 한층 누그러질 것인지도 관심사다. 지난달 20일 아프간 수도 카불의 바그람 미군기지에서 미군이 꾸란을 불태우는 바람에 전국적인 반미 시위와 폭력사태가 일어나 미군 4명을 포함한 총 30여 명이 사망했다. 11일에는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에 주둔한 미군 병사가 민간인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해 어린이 9명을 포함한 16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정윤식 기자 jys@donga.com
#미국병사#아프가니스탄#反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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