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주무르는 ‘1%’의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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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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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정치委에 100만 달러 이상 기부 17건
롬니 3020만 달러 모금 등 금권 논란 가열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의 억만장자 해럴드 시몬스는 지역에서 막강한 정치력을 자랑해 왔다. 그는 공화당 대선 경선주자인 릭 페리 후보가 2010년 텍사스 주지사 선거에 나섰을 때 100만 달러(약 11억2000만 원)를 기부했다. 그는 이런 인연으로 직·간접적으로 주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시몬스와 그가 운영하는 지주회사 콘트란은 이번에는 미국 대선을 겨냥해 공화당과 관련된 슈퍼정치행동위원회(Super PACs·슈퍼팩)에 860만 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1일 미 연방선거위원회가 전날 공개한 선거재정기록을 분석한 결과 시몬스처럼 1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개인과 기업의 사례가 17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자금력을 앞세워 미국 선거 판도에 영향을 미치는 전례 없는 금권 선거의 배후 실체들이 드러난 것이다.

미국 대선 경선이 본격화되면서 자금력을 앞세운 슈퍼팩의 영향력도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 뉴트 깅리치 후보를 지지하는 슈퍼팩 ‘우리의 미래 쟁취’는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밋 롬니 후보를 비방하는 광고전으로 깅리치의 승리를 지원했다. 이에 대응해 롬니 후보 측과 그를 지지하는 슈퍼팩 ‘미래를 복구하라’는 깅리치 후보를 공격하는 TV 광고에 680만 달러를 쏟아 부었다.

무제한으로 선거자금을 기부할 수 있는 텍사스 스타일의 기부 행위가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된 것은 2010년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 연방대법원은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들어 정부가 기업이나 노조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지출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이에 따라 2500달러 한도에서만 기부금을 낼 수 있는 개인 기부자와는 달리 슈퍼팩은 후보에게 무제한 지원할 수 있게 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공화당 경선의 선두주자인 롬니 후보를 지지하는 슈퍼팩이 지난해 4분기(10∼12월)에 모금한 돈은 3020만 달러. 이 가운데 1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고액 기부자는 에드워드 코너드 베인캐피털 창업자 등 10명에 이른다.

깅리치 후보는 지난해 12월 대통령에 당선되면 재임 첫날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말했다. 이에 화답하듯 유대인인 셸던 애덜슨 라스베이거스 샌즈카지노 회장과 그의 가족은 지난달 ‘아무 조건 없이’ 1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이처럼 대선 경선이 본격화되면서 슈퍼팩을 활용한 금권 정치가 기승을 부리지만 이에 대한 제동장치가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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