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실직… 그들은 아직도 ‘전쟁중’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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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살인 람보’ 숨진채 발견… 참전용사 문제 핫이슈로

새해 첫날 미국 워싱턴 주 레이니어 산 국립공원에서 공원 순찰대원에게 총기를 난사하고 산속으로 도주했던 이라크 참전병이 하루 만에 눈 속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사건 용의자 벤저민 컬턴 반스 씨(24)가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신발 한 짝만 신은 채 강 근처 눈 속에 누워 있었다”며 “별다른 외상은 없었으며 체온 저하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2일 밝혔다.

▶본보 3일자 A20면 새해 첫날 美 국립공원에 ‘살인 람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는 극심한 후유증을 겪고 있는 참전용사들의 문제가 조명되고 있다. 2007∼2008년 이라크전에 참전한 반스 씨는 사회에 복귀한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와 극심한 자살 충동에 시달려왔다.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전과 이라크전 참전용사 중 1000여 명이 PTSD를 앓고 있다. 전투를 겪은 병사 중에는 13%가 이런 정신질환에 시달린다고 한다.

정신적 질환은 폭력이나 강도 음주운전 살인 자살 등 각종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지난해 12월 레이크우드 듀폰 스패너웨이 등 미국 내 군기지 주변 지역이 귀환 장병들이 저지르는 각종 비행과 범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중에서 가정폭력과 자살은 가정까지 파괴하고 있다. 미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군인들의 이혼건수는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2만9400건을 기록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2009년에 개봉한 영화 ‘브러더스’는 아프간전 참전 군인이 귀환 후 동생과 아내 사이를 의심해 가족을 서서히 파멸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년 전역자들은 심각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20∼24세 전역자의 실업률이 평균 30%로 군대 경험이 없는 같은 연령대에 비해 2배 이상 높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아프간전과 이라크전 경험자 22만 명이 여전히 실직 상태다. 군에서 훈련을 받고 규율과 절제에도 익숙한 이들이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민간사회에 대한 적응 실패와 경험 부족 때문. 기업들도 언제 ‘시한폭탄’이 될지 모르는 참전용사들의 채용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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