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곁을 지켰던 ‘푸틴 체제의 설계자’가 러시아 국내 정치에서 손을 뗀다.
뉴욕타임스 등은 27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푸틴 총리의 최측근인 블라디슬라프 수르코프 대통령행정실 제1부실장(47·사진)을 대외경제담당 부총리로 전보시켰다고 보도했다. 국내 정치에서는 손을 떼게 한 것이다.
수르코프는 막후에서 대외 강경노선과 언론 통제 등을 통해 이른바 ‘주권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해 ‘크렘린의 회색 추기경’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주권 민주주의’란 형식적인 선거는 있지만 푸틴 총리에게 도전할 수 있는 어떤 정치적 경쟁자나 세력도 성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관리된 민주주의’다.
하지만 반(反)푸틴 정서가 높아지면서 수르코프는 청산해야 할 핵심 인물로 지목됐다. 뉴욕타임스는 “수르코프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새로 성장하는 세대의 분노를 한 몸에 받는 피뢰침 신세가 됐다”고 전했다. 그 자신도 자신의 경질에 대한 언론의 질문을 받고 “높아지는 시위에 대한 상징적인 희생양”이라고 억울함을 나타냈다.
러시아 내에서는 권위주의적 통치를 뒷받침해온 수르코프의 퇴진이 푸틴 총리의 강경 노선이 완화되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4일 총선 부정에 항의하고 내년 3월 푸틴 총리의 대통령 재출마를 거부하는 시위가 계속됨에 따라 이뤄진 고육책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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