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 美 알링턴 묘지는 화환으로 덮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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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휴일을 즐길수 있는 건 몸바쳐 나라지킨 참전용사들 덕분”
20년째 계속된 헌화 추모행사… 10일에도 1만5000여명 몰려

미국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시에 사는 지니 루드위그 씨(39)는 휴일인 10일 아이들을 데리고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았다.

묘지 입구에는 트럭 20대에 실려 멀리 메인 주에서 이송돼온 소나무 화환 10만 개가 기다리고 있었다. 루드위그 씨는 빨간 리본이 달린 소나무 화환을 받아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인 할아버지와 이라크전쟁에서 전사한 친구의 묘비 앞에 놓았다.

이날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소나무 화환을 놓고 간 사람은 무려 1만5000여 명. 루드위그 씨처럼 직계가족이나 친척이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된 사람도 있지만 얼굴을 모르는 참전용사 묘지 앞에 헌화하러 나온 사람도 많았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참전용사들의 묘비에 소나무 화환을 놓는 추모행사는 올해로 20년째 이어지는, 미국 사회의 뜻 깊은 전통이다. 1992년 화환 회사를 운영하는 모릴 워세스터 씨가 팔다가 남은 소나무 화환 5000개를 알링턴 국립묘지에 기증한 게 행사의 발단이 됐다. 참전용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나타내기 위해 시작된 이 행사는 20년 동안 국민의 호응을 받으면서 ‘미 전역에 화환을’이라는 비영리단체가 주관하는 행사로 발전해 올해는 700개의 묘지에서 헌화 행사가 동시에 열렸다. 올해 각종 추모행사에 32만5000개의 소나무 화환이 기증됐으며 이 가운데 2만5000개를 워세스터 씨가 내놓았다.

소나무 화환 10만 개를 실은 트럭 20대는 4일 메인 주 해링턴 시에서 출발해 6일 동안 달린 끝에 10일 새벽 알링턴 국립묘지에 도착했다. 메인 주에서 출발해 매사추세츠, 뉴욕,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델라웨어, 메릴랜드를 거쳐 버지니아 주 알링턴 국립묘지에 도착했다. 6일 동안 여행 도중 학교와 참전용사의 자택 및 지역 공공시설 등에서 추모행사를 열었다.

묘비 앞에 선 루드위그 씨가 아이들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나라를 지키다 목숨을 잃은 우리의 영웅들이 있기에 크리스마스 휴일을 즐길 수 있는 거야. 오늘 우리가 누리는 이 자유는 모두 이들의 희생 덕분이지.”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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