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깊은 곳에서 인양될 가장 큰 배’… 1940년 독일 U보트에 침몰된 英화물선 발견
입력 2011-09-28 03:002011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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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해저 4700m, 은괴 240t 찾았다”
영국 화물선 게어소파호의 선미 갑판 위에서 발견된 나침반. 이 배에 실려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은의 현재 가치는 2억4000만 달러(약 2818억 원)다. AFP 연합뉴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240t의 은을 싣고 인도에서 영국으로 가다 독일 잠수함 U보트의 공격을 받아 침몰한 영국 화물선 게어소파호가 발견돼 내년 봄 인양 작업이 시작된다.
미국 오디세이 마린 해양탐사회사에 따르면 길이 125m의 게어소파호는 아일랜드 서남쪽 해안에서 480km 떨어진 북대서양 해저 4700m에 침몰해 있다. 1912년 빙산과 충돌해 침몰한 호화여객선 타이타닉호보다 879m 더 깊은 바닷속에 있다. BBC와 뉴욕타임스는 게어소파호의 화물이 인양되면 ‘역사상 가장 깊은 곳에서 진행되는 인양 작업’이라는 기록을 갖게 된다고 26일 보도했다.
1940년 12월 차, 철, 은을 가득 싣고 인도 콜카타를 출발한 ‘영국인도기선항해사’ 소속 게어소파호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영국 해군 호위함들과 합류해 영국 리버풀로 향했다. 그러나 악천후 때문에 연료가 떨어져 가자 아일랜드 골웨이로 방향을 돌렸고, 때마침 독일 잠수함 U보트에 발견돼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했다.
차가운 수온과 깊이 때문에 그동안 발굴 작업에 엄두도 내지 못해 오던 영국 정부는 해저 탐사로봇 등 해양 기술의 비약적 발달을 등에 업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수색 작업에 나섰다. 영국 교통부는 지난해 초 오디세이사와 단독 계약을 맺고 탐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1년이 넘은 올여름 배의 위치 등에 대한 단서를 찾은 뒤 이달 초 탐사선 오디세이 익스플로러호와 탐사로봇을 투입해 암흑 같은 심해 속에서 마침내 어뢰를 맞아 구멍이 뚫린 화물선을 찾아냈다.
배는 갈색 고드름 같은 녹으로 뒤덮여 있었으며 선체는 똑바로 서 있었다. 오디세이사는 화물칸의 수, 닻의 형태, 갑판 배수구 위치, 선체 색깔 등을 파악해 이 배가 게어소파호임을 확인했다. 4시간 30분에 걸친 첫 수색에서 탐사로봇은 은을 모두 찾아내지 못했지만 5개의 화물칸을 발견했고 이 중 한 곳에 은괴가 들어있음을 탐지했다. 당시 이 배가 보험을 들었던 로이드사에 따르면 이 배에는 약 240t에 달하는 은괴와 은전(銀錢)이 선적됐다. 인양 작업은 원격으로 조종되는 로봇잠수함들이 게어소파호의 은괴가 들어 있는 화물칸을 줄로 고정시켜 끌어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영국 정부와의 계약에 따라 2억4000만 달러(약 2818억 원)에 상당한 은의 80%는 오디세이사가 갖는다. 마크 고든 오디세이 사장은 “화물선의 은괴에는 2.5%의 금이 포함돼 있어 보너스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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