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敵식별-발사… ‘항공 터미네이터’ 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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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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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육군 자동 무인정찰기 실험… 다른색 모자쓴 표적식별 가능
얼굴인식까진 10년넘게 걸려… 살상결정권 부여 논란 일듯

미국의 최첨단 무인정찰기가 기존에 알려진 파키스탄 산악 지역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서 미군 해외작전의 첨병 역할을 수행 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한반도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긴장지역과 예멘 소말리아 등의 잠재적인 분쟁 지역에 이미 감시경계무장로봇 등 원격으로 조종되는 군사장비가 실전 배치돼 있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예멘 등의 상공에 배치된 무인정찰기들은 이미 자동으로 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WP는 미래의 무인정찰기(UAV)는 목표물 식별, 조준, 공격까지 ‘알아서 하는’ 자동 살상병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소프트웨어에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적군을 스스로 식별하고 사살하는 무인정찰기가 ‘미국식 전쟁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신문은 이를 ‘남성적 육체미는 조금 떨어지는 항공 터미네이터’라고 표현했다.

미 조지아 주의 육군기지 훈련 센터 포트베닝에서는 최근 무인정찰기의 미래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실험이 진행됐다. 오렌지색 초록색 파란색 모자를 타깃으로 해 시험용 정찰기 두 대가 800피트(약 243m) 상공으로 이륙했다. 한 대의 정찰기가 카메라로 촬영한 목표물을 식별하는 동안 나머지 정찰기는 잠재적 목표물로 향했다. 육지에 있던 무인자동차가 목표물을 최종 식별했고 ‘목표물 확인 완료’라는 신호를 두 대의 정찰기에 보냈다. 결과는 작전 성공. 여느 작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인간의 판단과 조종이 배제됐다는 것이다.

현재 파키스탄 예멘 소말리아 등에서 작전을 수행 중인 무인정찰기는 작전본부의 조종사가 조종하고 있다. 비디오카메라로 전장을 살펴보고 목표물을 발견해 미사일이나 폭탄을 발사하는 과정은 자동으로 이뤄지지만 기계에 자율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완벽한 자동화는 아니다.

미래형 자동 무인정찰기의 성공 여부는 적군과 아군을 구분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포트베닝 실험에 참여한 조지아공과대연구소는 무인정찰기가 아군인지 적군인지를 판별할 수 있도록 얼굴인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무인정찰기가 각종 수집 정보들을 기계 스스로 자동화하는 데만 최소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설사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구현된다 해도 상용화까지에도 오랜 진통이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지구 반대편에서 컴퓨터 게임 하듯 폭격기를 누르는 비윤리성 때문에 논란을 빚고 있는데 전투 결정권마저 부여한다면 비난은 불 보듯 뻔하다. 지난해 로봇공학자들과 철학자, 인권운동가들이 결성한 국제로봇무기조종학회(ICRAC)는 어떤 상황에 무인정찰기에 결정권을 부여하고, 실수가 있을 경우 책임은 어떻게 물을지 기준부터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또 적대국가나 테러집단에 의해 해킹 혹은 조종당할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한다.

반면 기술이 정밀해지면 피해를 줄이고 부상자도 구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존재한다. ‘자율적인 로봇의 치명적인 행동 지배하기’의 저자 로널드 아르킨 씨는 “군사기술의 발전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파괴적 공격을 최소화하고 항복하는 적군을 분별할 줄 아는 ‘윤리적 전쟁로봇’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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