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판’ 콘텐츠의 천국인 중국 온라인 시장에서 불법 음악파일의 유통이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최대 인터넷 포털인 바이두(百度)가 저작권료를 지불한 합법적인 음원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세계 메이저 음반사들과 합의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디지털 음원 시장으로 떠올랐지만 그동안 불법 다운로드가 횡행해 음반사들의 수입은 기대에 못 미쳤다. 하지만 이번 합의가 제대로 이행된다면 중국 인터넷 문화가 바뀌는 의미 있는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합법 음원 서비스 개시
바이두는 19일 유니버설뮤직, 워너뮤직, 소니뮤직 등 3대 음반사의 조인트 벤처회사인 ‘원스톱 차이나’와 음원 저작권 협상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합의에 따르면 바이두는 이들 음반사로부터 받은 약 50만 곡의 음원을 서버에 저장해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실시간 재생이나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바이두는 누리꾼들이 재생이나 다운로드를 할 때마다 해당 음원에 대한 저작권료를 누리꾼 대신 음반사에 지불하고, 그 비용은 음원 사이트의 광고수익에서 충당하기로 했다. 결국 누리꾼은 광고를 보는 대신 합법적으로 무료 음악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된 셈이다.
지금까지는 바이두에서 노래 제목을 검색하면 해당 곡을 불법 다운로드할 수 있는 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바이두는 “저작권 침해를 방조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으며 여러 음반회사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바이두는 “이번 합의는 중국 음악시장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중국, ‘저작권자의 무덤’ 오명 벗을까
국제음반산업협회(IFPI)는 중국 온라인에 게시된 음악파일 중 99%가 불법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로열티를 내지 않는 파일이 마구 유통되다 보니 음반회사들의 중국 내 매출 실적도 미미한 수준이다. 2009년 글로벌 음반회사들은 미국에서 46억 달러의 수익을 거뒀지만 중국에선 7500만 달러를 버는 데 그쳤다. 중국에서 온라인으로 음악을 듣는 누리꾼이 정부 집계로 3억6000만 명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낮은 수입이다.
바이두는 저작권을 침해당한 서구 음반사들의 주된 공격 목표였다. 올해 초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세계에서 해적판이나 위조품이 가장 많이 판매되는 33곳 중 하나로 바이두를 지목했다. 하지만 이런 공세에도 불구하고 중국 법원은 “자체 서버에 파일을 저장하지 않고 단순히 링크만 걸어둔 것은 불법이 아니다”는 판결을 내리며 번번이 바이두의 손을 들어줬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두는 3개 음반사가 저작권을 갖고 있는 음악파일에 불법적으로 연결되는 링크도 없애기로 했다”며 “이번 합의로 중국의 온라인 음악시장이 크게 재편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중국 누리꾼들의 불법 다운로드 관행이 너무나 뿌리 깊게 남아있어 온라인 음악시장이 완전히 정화되기까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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