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금은 여름이 비수기다. 6∼8월은 금 수요가 적은 기간이라는 게 일반적 통념이었다.
그러나 올해 이러한 통념이 깨지고 있다. 중국과 함께 세계 최대 금 수요국인 인도 국민의 뜨거운 금 사랑이 여름철 금값의 고공행진을 이끌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인구 11억5000만 명의 엄청난 시장을 바탕으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구가하며 신흥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에서는 통상 최대 결혼시즌인 5월의 아크샤야 트리티야와 힌두교 최대 명절인 9월 디왈리 축제, 9∼12월 결혼 시즌에 금 수요가 많다. 지난해까지는 인도에서도 여름에는 금 거래가 드물었다.
하지만 올해는 6월 들어 현재까지 오히려 금값이 4.5% 뛰었다.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도의 부가 늘어나면서 금에 대한 인도인의 시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또 인도에서는 금을 자산 보존의 주요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렇다 보니 부유층은 물론이고 일반 중산층까지 늘어난 자산의 상당 부분을 금을 사재기하는 데 쏟아 붓고 있다.
뭄바이의 스탠다드차타드(SC) 자산관리 부문 대표인 비샬 카푸르 씨는 “지난 10년간 인도인의 소비 습관이 변했다”며 “최근 가장 큰 변화는 금을 단지 집 안 금고 속에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재산 증식을 위한 투자자산으로 인식하고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축제 때 필요한 장식품이나 예물 정도로 간주돼온 금을 부를 유지할 수 있는 투자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고물가에 시달리는 중산층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매력적인 투자수단이 됐다.
뭄바이 소재 증권사 엠케이의 아툴 샤 상품담당 대표는 “인도인이 결혼 시즌과 축제 때만 금을 사던 시대는 끝났다”며 “인도 소비자는 이제 1년 내내 금을 산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 소비자는 금값이 떨어지기만 하면 즉각 매수하는데 이는 금값이 다시 오를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UBS투자은행이 지난달 인도에 판매한 금 매출은 1년 전에 비해 2배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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