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어디일까. ‘플레이보이’ 잡지 로고가 새겨진 현관을 지나면 비키니 복장의 여성들이 실외 수영장에서 장난을 친다. 남녀 연인들이 가득 찬 레게 음악이 흐르는 클럽은 마리화나 연기가 자욱하다.
베네수엘라 마르가리타 섬에 있는 산안토니오 교도소다. 재소자 2000여 명이 수감된 이곳에는 감방마다 에어컨과 위성TV가 설치돼 있다. 면회가 자유롭고 재소자의 아내와 여자친구가 감방까지 직접 들어올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곳을 “(잡지 ‘플레이보이’를 창간한) 휴 헤프너에게 영감을 받은 환락가 같다”라며 “탈옥만 빼면 무엇이든 가능한 곳”이라 묘사했다.
재소자들은 떳떳하다. 자기 돈을 들여 교도소 내에서 시설을 이용하고 술과 음식을 구입해 먹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약 거래나 폭행 살인 등 교도소 내에서 벌어지는 범죄에 대해서는 재소자들도 심각성을 공감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무장한 재소자들은 자치권을 행사하고 휴대전화와 노트북컴퓨터로 마약을 거래한다. 2009년 코카인 밀수로 복역 중인 폴 마킨 씨(33)는 “이 교도소에서 난생처음 본 총이 많다”며 “AK-47s, AR-15s, M-16s 등 웬만큼 알려진 총은 이곳에 다 있다”고 말했다. 교도소 내부에는 아무런 기강이 없지만 교도소 외곽에는 저격병들이 상주해 있다. 탈옥을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2009년 산안토니오 교도소를 직접 거론하며 특별 감시를 하겠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곳에 새 교정 부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이곳에 만연한 부패와 무질서 때문에 상황이 개선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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