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감옥, 비키니 여성들… 레게음악… 마리화나 연기

  • Array
  • 입력 2011년 6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환락가야 교도소야

베네수엘라 마르가리타 섬에 있는 산안토니오 교도소 내부 모습. 자유로운 복장을 한 수감자들이 레게 음악이 흘러나오는 클럽에서 파티를 벌이며 춤을 추고 있다.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베네수엘라 마르가리타 섬에 있는 산안토니오 교도소 내부 모습. 자유로운 복장을 한 수감자들이 레게 음악이 흘러나오는 클럽에서 파티를 벌이며 춤을 추고 있다.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이곳은 어디일까. ‘플레이보이’ 잡지 로고가 새겨진 현관을 지나면 비키니 복장의 여성들이 실외 수영장에서 장난을 친다. 남녀 연인들이 가득 찬 레게 음악이 흐르는 클럽은 마리화나 연기가 자욱하다.

베네수엘라 마르가리타 섬에 있는 산안토니오 교도소다. 재소자 2000여 명이 수감된 이곳에는 감방마다 에어컨과 위성TV가 설치돼 있다. 면회가 자유롭고 재소자의 아내와 여자친구가 감방까지 직접 들어올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곳을 “(잡지 ‘플레이보이’를 창간한) 휴 헤프너에게 영감을 받은 환락가 같다”라며 “탈옥만 빼면 무엇이든 가능한 곳”이라 묘사했다.

재소자들은 떳떳하다. 자기 돈을 들여 교도소 내에서 시설을 이용하고 술과 음식을 구입해 먹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약 거래나 폭행 살인 등 교도소 내에서 벌어지는 범죄에 대해서는 재소자들도 심각성을 공감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무장한 재소자들은 자치권을 행사하고 휴대전화와 노트북컴퓨터로 마약을 거래한다. 2009년 코카인 밀수로 복역 중인 폴 마킨 씨(33)는 “이 교도소에서 난생처음 본 총이 많다”며 “AK-47s, AR-15s, M-16s 등 웬만큼 알려진 총은 이곳에 다 있다”고 말했다. 교도소 내부에는 아무런 기강이 없지만 교도소 외곽에는 저격병들이 상주해 있다. 탈옥을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2009년 산안토니오 교도소를 직접 거론하며 특별 감시를 하겠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곳에 새 교정 부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이곳에 만연한 부패와 무질서 때문에 상황이 개선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