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아 “24시간 건너뜁니다”… 경제 살리려 표준시 바꾸기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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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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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 24시간.’

지구에서 해가 가장 늦게 지는 나라로 불리는 남태평양 섬나라 사모아가 가장 먼저 아침을 맞는 나라로 변신한다. 경제 살리기를 위해 날짜변경선을 조정해 24시간을 건너뛰기로 한 것. 날짜변경선 때문에 가까운 거리의 주요 무역국인 호주와 뉴질랜드보다 하루가 늦어지는 시차를 줄이기 위해 표준시를 하루 당기는 것이다.

투일라에파 사일렐레 말리엘레가오이 사모아 총리는 9일 성명에서 “사모아가 금요일이면 뉴질랜드는 토요일이고 사모아가 일요일이면 호주 시드니와 브리즈번에서는 이미 근무가 시작된다”면서 “서로 다른 날짜 때문에 경제적 손해가 크다”고 말했다.

지구상에서 날짜를 구분하기 위해 편의상 만든 날짜변경선은 경도 0도인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의 180도 반대쪽 태평양 한가운데(경도 180도)로 북극과 남극 사이 바다 위에 세로로 그려져 있다. 이 기준선을 서에서 동으로 넘을 때는 날짜를 하루 늦추고 동에서 서로 넘을 때는 하루를 더한다. 피지 제도에서 동북쪽으로 800km에 있는 사모아는 1892년부터 119년간 날짜변경선을 서쪽으로 굽혀 날짜변경선의 동쪽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州)에 맞춰 자국 표준시간을 설정해 왔다. 미국 및 유럽과의 교류 확대를 원한 사모아 무역상들의 요구 때문이었다.

사모아가 표준날짜를 언제부터 변경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12월 31일을 건너뛰는 방안이 유력하다. 12월 30일 0시를 31일 0시로 설정해 새해를 하루 일찍 맞는 것. 이 경우 호주와의 시차는 종전 21시간에서 3시간, 뉴질랜드와의 시차는 23시간에서 1시간으로 준다. 사모아는 최대 생산 품목인 코코넛과 생선의 85%를 호주와 뉴질랜드에 수출하고 있고 수입의 50%를 호주와 뉴질랜드에 의존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000달러. 앞서 투일라에파 총리는 2009년 9월 큰 논란을 무릅쓰고 자동차 주행차로를 호주 뉴질랜드처럼 우측에서 좌측으로 바꿨다. 1970년대 이후 국제사회에서는 처음이었던 주행선 변경은 호주 등 이웃나라에 사는 17만 명의 사모아인으로부터 싼값에 중고차를 들여오기 위한 조치였다.

날짜변경선은 지리학자와 지도 전문가들이 만든 것으로 국제기구에 의해 강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모아 관광업계는 표준시를 앞당기면 사모아는 ‘지구에서 가장 늦게 일몰을 볼 수 있는 나라’라는 마케팅을 할 수 없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이에 대해 투일라에파 총리는 “날짜변경선을 비행기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사모아 제도와 미국령 사모아 사이로 옮기면 사모아에 온 관광객들은 생일과 결혼기념일 등을 1시간 거리에서 두 번 맞을 수 있게 돼 오히려 관광에 도움이 된다”고 응수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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