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發 방사능 공포]휴교… 휴강… 휴가… 실내 틀어박혀 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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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방사능비’ 불안

“인체에는 영향이 없다고 하지만 어떻게 될지 누가 아나요.”

전국에 하루 종일 봄비가 내린 7일 시민들은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비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기상청 등 관계기관은 이날 비에 섞인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무해할 정도로 극소량이라고 밝혔지만 시민의 불안감은 여전했다. 일부 시민은 아예 외출을 포기하고 집에 머물렀으며 상당수 학교가 휴교령을 내리기도 했다. 수학여행 중인 일부 학교는 일정을 포기하고 실내에서 다른 강의로 대체하기도 했다. 이날 열릴 예정이던 프로야구 4경기도 모두 취소됐다. 천안을 비롯해 도내 9개 시군에서 시작된 충남소년체전도 실내 종목만 치르고 야구와 요트, 카누, 조정, 정구, 테니스 등 6개 실외 종목은 모두 8일 이후로 연기됐다.

○ 휴교 휴강 휴가 잇따라


경기도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의 피해를 막기 위해 하루 동안 휴교조치를 내렸다. 경기도 내 126개 초중학교와 유치원은 이날 하루를 임시공휴일로 정해 수업을 하지 않았다. 또 43곳은 단축수업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휴교령은 내리지 않았지만 각급 학교에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손 씻기를 지도하라’는 긴급 공문을 내려보냈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는 시교육청에 전화를 걸어 “내 아이가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비에 노출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전체 학교가 휴교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대학에서도 교수 재량에 따라 휴강이 속출했다. 숙명여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신모 씨(30·여)는 “교수님이 먼저 휴강을 제안했다”며 “일부 외국 출신 교수는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기업에서도 이날 하루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직원이 늘었다. 또 직원들이 비를 피하려고 평소 이용하지 않던 승용차를 몰고 나오면서 서울 도심에서는 오전 내내 심한 교통 정체가 빚어졌다. 임신 7개월째인 박모 씨(26)는 “일본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 비가 내릴 때마다 신경이 예민해진다”며 “오늘은 아예 연차휴가를 내고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학교는 보냈지만…


휴교조치가 내려지지 않은 일부 학교 학부모들은 직접 승용차로 자녀를 등교시키기도 했다. 딸이 서울 종로구 숭인2동 숭신초등학교 1학년인 한모 씨(45)는 “집과 학교가 걸어서 10분도 채 걸리지 않지만 오늘만큼은 비를 맞지 않도록 차로 직접 데려다줬다”며 “우산 대신 마스크와 우비도 챙겨줬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에게 장화를 신겨 학교에 보낸 김모 씨(38·여)는 “내리는 비만 안 맞으면 되는 게 아니라 땅에 고인 빗물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 아니냐”며 “오늘 비가 내린다는 소식을 듣고 어제 동네 시장에서 장화를 사서 신겨 보냈다”고 말했다.

이날 제주도에서 수학여행 중인 서울 모 학교는 수학여행 스케줄을 취소하고 실내에서 다른 강연으로 대체했다. 이 학교 학부모 서모 씨(45·여)는 “걱정이 돼 연락을 했더니 학교에서 실내수업을 하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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