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힘내요… 대단해요… 도울게요…” 트위터 기도

SNS‘따뜻한 응원’

“살아줘서 고맙다, 아가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피어난다 14일 일본 미야기 현 이시노마키 시에서 한 자위대원이 폐허가 된 집에서 구출한 생후 4개월 된 여자 아기를 안고 있다. 이 아기는 사흘 만에 아버지 품에 안길 수 있었다. 하지만 감격의 재회도 잠시, 지진해일(쓰나미)이 다시 온다는 경보가 울렸고 아버지는 딸을 품에 안고 필사적으로 뛰었다. 다행히 추가 쓰나미는 없었고 아버지는 그제야 딸의 얼굴에 뺨을 비비며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이시노마키=AP 연합뉴스

“‘일본을 위해 기도합시다’에서 ‘일본을 도웁시다’로 바뀌고 있다. 모두 기도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나서고 있네요. 세계인 여러분 고마워요. 일본 파이팅!”(SMALL＿GIRL0703)

“한국인 친구로부터 온 메일. ‘세계 유일의 피폭국가, 세계대전에 패한 나라, 매년 태풍이 오는 나라, 지진도 오는 나라, 쓰나미도 오는 나라… 조그마한 섬나라지만 그래도 꿋꿋이 우뚝 서온 나라가 일본이지 않니? 힘내라, 왕 힘내라’ 메일을 보니 눈물이 난다.”(copedy)

세계인의 따뜻한 마음이 대지진의 피해를 본 일본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 11일 대지진의 충격이 일본을 덮친 이후 개설된 트위터 ‘prayforjapan(일본을 위한 기도)’은 일본을 위한 응원 메시지를 보내는 트위터 공간이다. 1초에 평균 2건 이상 지구촌 사람들로부터 격려와 응원 메시지가 쏟아질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격려에 감사하는 일본인의 답글도 넘친다. 비극의 한가운데서 피어나는 소셜네트워크의 따뜻한 힘이다.

한 외국인은 대지진 당시 일본인이 보여준 정직과 친절에 대한 감동을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띄웠다. “진열된 물건이 뒤죽박죽 떨어진 슈퍼마켓. 바닥의 물건을 정성스럽게 담아 말없이 계산대에 줄을 선 뒤 셈을 하는 손님. 운행이 재개된 전철이 혼잡한데도 임신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어르신. 이런 모습에 외국인들은 감동. 대단해요 일본.”(kiritansu)

교통마비 상황에 대한 다음과 같은 단상도 눈에 띈다. “파란 신호등 한 번에 자동차 한 대밖에 통과할 수 없을 만큼 극심한 혼잡에도 모두 양보하며 부드럽게 운전하는 모습에 감동했다. 교차로에서 5분 이상 꼼짝 못할 때도 있었지만 10시간 동안 경적 소리는 한 번도 안 들렸다.”(micakom)

대재난 한가운데에 놓인 일본인들이 서로 격려하고 배려하는 모습도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ID가 oka＿0829인 이용자는 “역무원에게 ‘어제 최선을 다해 지하철을 달리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는 초등학생을 봤다. 역무원은 눈물을 글썽였다. 나도 눈물이 났다”고 했다. ‘smzasm’는 “칠흑같이 어두운 지금이야말로 이제껏 보지 못한 별이 아름답게 빛날 겁니다. 센다이 주민 여러분, 더 나은 날을 위해”라며 일본 도호쿠 지방의 중심도시 센다이 주민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어찌할 수 없는 슬픔이 담긴 글도 많이 올랐다. “NHK의 남성 아나운서가 피해 상황을 담담하게 전하던 중 ‘스트레스로 젖이 나오지 않게 된 아기 엄마가 밤새 슈퍼마켓 앞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 끝에 우유를 사왔어요’라고 말하고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방송 사고처럼. 금세 자세를 가다듬었지만 그 아나운서는 울고 있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bitboi)

최악의 참사에서 사랑과 희망의 빛을 보여주는 글도 적지 않았다. ‘fujifumi’는 “4시간 동안 걸어서 집으로 가고 있을 때 ‘화장실 사용해도 좋습니다’라고 쓴 스케치북을 들고 자신의 화장실을 개방해준 여성이 있었다. 일본은 역시 세계에서 가장 마음 따뜻한 나라구나…. 눈물이 울컥했다”고 전했다.

‘rasuka’는 “도로 위에는 사람으로 넘쳐났지만 모두 질서정연했다. 편의점을 비롯한 가게 사람들도 담담하게 자기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참 대단한 나라다.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무슨 관계가 있나”라고 스스로를 격려했다. 최근 중국에 역전돼 세계 경제규모 3위로 떨어진 일본이지만 GDP보다 더 소중한 것을 이번 지진에서 봤다는 의미다.

이웃의 온정을 느끼게 하는 글도 많았다. “지바의 친구로부터의 소식. 피난소에서 할아버지가 ‘앞이 막막하구나’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고교생이 ‘괜찮아요. 우리가 어른이 되면 반드시 되돌려 놓을게요’라며 할아버지 등을 어루만졌다. 괜찮아, 미래는 밝아.”(nekoshima83)

“지하철역에서 지쳐 기다리고 있는데 노숙인 한 명이 덜덜 떨고 있는 어떤 사람에게 ‘추울 테니 덮으라’며 종이박스를 건네주는 것 아닌가”(aquarius＿rabbit)

‘울트라맨&스태프’는 용기를 잃지 말라는 당부를 전했다. “일본 국민 여러분. 우아함을 잃지 마세요. 약자를 돌보고 서로 힘을 합치고 양보하는 마음을 잃지 마세요. 당신이 불안해하면 주위 사람들도 불안하게 됩니다. 이것이 우리들의 바람입니다. 우리도 같은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