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자체 청사 세울때 주민투표 의무화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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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 수 증원-감축 등 주민 稅부담 직결사안 대상… “市長-市의회 갈등의 해법”

일본이 지방자치단체 청사 건설이나 지방의원 정수 증감 등 주민의 세 부담에 직접 영향을 주는 사안은 반드시 주민투표에 부치도록 할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일본 총무성은 자치단체의 대형 건설사업 등 주요 과제에 대해 가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의무화하고 투표결과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이달 말 열리는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 해산이나 단체장 및 지방의원 면직에 대해서만 일정 수 이상의 주민 서명을 얻으면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정책은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다. 일부 자치단체는 조례에 독자적으로 주민투표 규정을 넣은 곳도 있지만 투표 결과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법이 개정되면 자치단체가 시 청사나 시민회관 등 대규모 공공시설을 짓거나 지방의원 정수를 늘리려면 반드시 주민투표를 실시해 그 결과에 따라야 한다. 다만 간선도로나 공항 등 국가정책과 관련한 사업은 주민투표 대상에서 제외된다. 특정 사안을 주민투표에 부칠지는 자치단체가 최종 판단하고 투표 연령 등 구체적 요건은 공직선거법 규정을 적용한다. 이는 이제까지 국가가 일방적으로 정해온 지방의회 의원 상한선을 폐지하고 지방채 발행에 대한 중앙정부의 규제를 완화하는 등 자치단체의 자율성을 높이는 대신 주민의 직접 감시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권한 축소를 우려한 자치단체가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 법안 심의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일본 정부의 법 개정안을 한국에 적용한다면 경기 성남시와 용인시 등 일부 자치단체의 호화청사 건립이나 서울시와 시의회가 대립 중인 무상급식 문제 등 주민의 세금 및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주민투표 제도에 손을 대려는 것은 최근 단체장과 지방의회 간 다툼으로 주민투표 문제가 잇따라 전국적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일본 4대 도시인 나고야(名古屋)에선 지난해 개혁 성향의 시장이 선거공약이었던 ‘주민세 10% 감세’와 ‘시의원 급여 절반 삭감’을 추진하려다 시의회의 격렬한 반대에 부닥치자 36만여 명의 주민 서명을 얻어 시의회 해산을 요구하는 주민투표 실시권을 따냈다. 다음 달 주민투표에서 과반수가 찬성하면 시의회는 해산되고 3월 의원선거를 통해 새로 시의회를 구성한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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