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차이나의 힘… 日 사실상 ‘백기’

동아일보 입력 2010-09-25 03:00수정 2010-09-25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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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센카쿠열도 침범 中어선 선장 전격 석방 결정
中거대시장-자원무기로 압박깵 영토분쟁 일단락
일본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침범했다는 이유로 구속했던 중국어선 선장을 24일 석방하기로 했다. 중-일 관계를 벼랑 끝으로 몰아왔던 센카쿠 열도 영유권 다툼에서 일본이 사실상 ‘항복 선언’을 한 셈이다.

센카쿠 열도가 소속된 오키나와(沖繩) 현 나하(那覇)지방검찰청은 이날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을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로 7일 구속한 중국어선 선장 잔치슝(詹其雄·41) 씨에 대해 ‘처분 보류’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일본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과 일중 관계를 고려하면 선장을 계속 구속 수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잔 선장은 이르면 25일 중국 정부가 보낸 전세기편으로 송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외교 경제 문화 등 양국 관계 전반으로 확산되던 ‘외교 전쟁’은 일단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이 중국의 무차별적 실력 행사에 버티지 못하고 두 손을 들었다는 점에서 향후 양국 관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 국민감정 또한 상당한 골이 패었다. 세계 최대의 인구 대국인 중국이 거대시장과 전략자원을 무기로 전방위 압력을 가하면 견뎌낼 나라가 많지 않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는 점에서 국제정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7일 중국과 대만, 일본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센카쿠 열도 인근 해역에서 중국 어선을 나포한 후 선장을 구속했다. 일본은 1차 구속기간을 한 차례 연장하면서 ‘법대로’ 대처를 강조했지만 구속기간 종료일(29일)을 닷새나 남긴 상태에서 석방 결정을 내렸다. 일본은 ‘센카쿠 열도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일본 국내법에 따라 기소하고 재판한다’는 선례를 남겨 영유권을 국내외에 확실히 할 의도였으나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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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이 사태를 영토 주권 문제로 몰아가면서 △고위급 회담 거부 △일본 관광 취소 △일본 연예인 행사 중단 △도요타자동차 금융 중국법인에 벌금 부과 △중국 내 일본인 4명 구속 △첨단제품에 필수적인 희토류금속 수출 중지 등 하루가 멀다 하고 보복조치를 쏟아냈다. 일본은 당해낼 수 없었다.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석방 결정 후에도 “일본이 중국 선장에 대해 진행하는 어떠한 사법 절차도 모두 불법이고 무효”라며 강경 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9·14 민주당 대표선거에서 승리해 새 내각을 발족하자마자 첫 외교 시험대에서 중국에 백기 투항함으로써 국내 보수층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일본은 향후 빈번해질 것으로 보이는 중국 측의 센카쿠 ‘도발’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놓고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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