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서울]“퀴즈 풀며 베트남-케냐와 친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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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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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립정보도서관 ‘초등생 다문화 독서골든벨’

가위? 바위? 보? 6일 오후 서울 금천구 금천체육공원에서 열린 ‘도전! 독서 골든벨 행사’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답을 적은 스케치북을 들어올리고 정답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답이 각각 달라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김재명 기자
가위? 바위? 보? 6일 오후 서울 금천구 금천체육공원에서 열린 ‘도전! 독서 골든벨 행사’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답을 적은 스케치북을 들어올리고 정답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답이 각각 달라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김재명 기자
《“문제입니다. 베트남에서 온 티안은 한국의 친구들과 이것을 하며 친해졌는데요, 운동장에서 공을 가지고 하는 이 구기운동은 무엇인가요?” 어린이들이 서둘러 스케치북에 답을 적은 뒤 높이 들어올렸다. 사회자가 “답은 축구입니다”라고 말하자 “와아∼” 함성이 쏟아졌다. 몇몇 어린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를 떴다. 운동장 옆 벤치에 앉은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스케치북을 들어올릴 때마다 힘차게 박수를 보냈다. 자신의 아이가 틀린 답을 적으면 “아이고”라며 고개를 흔들고 무릎을 쳤다.》

6일 오후 서울 금천구 금천체육공원 운동장에서 열린 ‘도전! 독서 골든벨 행사’.

금천구립정보도서관이 어린이들의 독서를 권장하기 위해 금천구의 초등학교 3, 4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로 올해 3회를 맞았다. 이날 행사는 서울문화재단, 동아일보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책 읽는 서울’ 캠페인 행사의 하나로 열렸다.

행사를 총괄한 사공치열 사서팀장은 “올해의 주제는 다문화가정”이라며 “단순히 외국인 노동자나 국제결혼 가정 외에도 편모 가정, 재혼 가정 등의 얘기도 다뤄 아이들이 독서를 통해 자연스럽게 다양한 이웃에 대해 편견 없이 받아들이길 바랐다”고 말했다. 도서관 측은 행사 전에 참가 학생들에게 공지한 다문화 관련 책 5권에서 문제를 냈다.

결혼을 통해 한국에 온 외국인의 문화와 풍습을 소개한 ‘쿵후 소년 장비’,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겪는 차별을 다룬 ‘블루시아의 가위바위보’, 외모 빈곤 건강 문제로 차별받는 아이들의 인권을 다룬 ‘어느 날 우리 반에 공룡이 전학 왔다’, 국제 기아 문제를 조명한 ‘나는 네 친구야’가 선정도서였다.

행사에 참여한 80명의 어린이들은 “베트남 쌀국수를 부르는 말”, “케냐 아이들이 땅을 파서 얻으려는 것”, “중국에 사는 우리 겨레를 가리키는 말” 등 다른 나라의 문화와 관련한 문제를 풀었다. 행사에 참여한 장세희 군(10)은 “문제가 생각보다 어려웠다”며 “쌀국수의 이름을 몰랐는데 다행히 찍어서 맞혔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부모들의 응원 열기도 뜨거웠다. 풍선을 손에 들고 흔들기도 했고 집에서 만들어온 응원피켓을 들기도 했다. 양쪽 귀에 ‘세욱’이라고 아들의 이름을 새긴 미키마우스 머리띠를 쓴 아버지도 있었다. 첫째 딸 장다빈 양(9)을 응원하러 온 어머니 송경란 씨(29)는 “아이가 문제 푸는 걸 보니 조마조마해 앉아서 볼 수 없다”며 서서 응원하기도 했다.

두 번의 패자부활전 끝에 8명의 어린이가 결승에 올랐다. 결승은 7개의 문제를 푼 뒤 점수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날 끝까지 남은 어린이 중 한 명인 이수영 양(10)은 작년에 최우수상을 탔고 올해는 우수상을 탔다. 이 양의 아버지 이창훈 씨(41)는 딸을 보며 내내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책을 통해 다른 세상도 보게 된 딸아이를 보니 부모로서 고맙고 대견해요.”

사공 팀장은 “골든벨 행사를 준비하면서 부모가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모습을 많이 본다”며 “온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다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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