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철옹성 ‘오자와 제국’ 무너지나

  • Array
  • 입력 2010년 6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한국 3김씨처럼 이합집산하며 정치 계파 - 권력 유지
간 나오토 정권 요직서 밀려… 9월 당대표선거에 사활

일본 정치의 핵인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간사장. 간 나오토 신임 일본 총리는 ‘탈(脫)오자와’를 내세우며 그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애쓰지만 오자와 전 간사장의 영향력은 과거 한국 정치의 3김과 같이 막강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일본 정치의 핵인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간사장. 간 나오토 신임 일본 총리는 ‘탈(脫)오자와’를 내세우며 그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애쓰지만 오자와 전 간사장의 영향력은 과거 한국 정치의 3김과 같이 막강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로 내각이 바뀌는 일본 정국의 최대 화두는 ‘탈(脫)오자와’다. 반세기 만의 정권 교체로 민주당 정권이 출범했던 지난해 9월의 화두 또한 ‘오자와의 집권’이었다. 그만큼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은 일본 정치의 핵이다. 일본 정치는 20년 동안 ‘오자와 대 반(反)오자와’의 구도로 굴러왔다.

○ ‘일본의 3김’… 고비마다 탈당 분당 창당

오자와는 한국 정치로 치면 3김씨와 같은 존재다. 1969년 27세로 중의원에 처음 입성한 그는 1980년대 말부터 20여 년간 일본 정치를 주물러왔다. 막후정치 계파정치 금권정치로 묘사되는 구시대 정치의 전형이다. 하토야마 내각의 실질적 권력자가 오자와였듯이 1993년 성립된 비(非)자민 연립정권에서도 그는 총리보다 더한 권력을 행사했다. 그러다 정치동업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여야를 넘나들며 탈당과 분당 합당 창당 등 정계개편을 통해 정국을 뒤흔들었다. 1993년 자민당을 탈당한 이래 신생당 신진당 자유당을 스스로 만들고 해체한 끝에 민주당에 몸담아 정권을 잡았다. 일본 정치구도는 1993년을 분기점으로 ‘보수 대 진보’에서 ‘오자와 대 반오자와’로 재편됐다.

그러나 한편으론 1993년 ‘일본개조계획’이란 책을 통해 일본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고 그 꿈을 위해 평생을 전력투구한 집념의 정치인이기도 하다. 47세이던 1989년 집권 자민당 간사장에 올라 ‘황태자’로 불렸던 그의 권력은 가이후 도시키(海部俊樹) 총리를 능가했다. 총리가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러나 편한 길을 마다하고 탈당했고 원하는 정치를 펼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가 주창한 소선거구제, 양당제, 관료배제 정치주도는 지난 20년간 착실히 진행됐다. 그가 있었기에 54년간의 자민당 장기집권 종식이 가능했다.

오자와에게는 따르는 의원이 많다. 그가 당을 뛰쳐나가거나 새로운 당을 만들면 보통 100명 이상의 의원이 따라간다. 최근 자민당의 거물급 중진들이 탈당해 신당을 만들었지만 많아야 5명이 따라간 것과 대비된다. 카리스마 넘치는 그는 무뚝뚝한 표정에 심지어 무섭게도 보이지만 세심한 정이 많다고 한다. 선거의 귀재라는 그는 중·참의원 선거 때마다 자신의 비서들을 전국 계파의원들의 지역구에 파견해 선거 전략을 지도하고 자금도 보탠다. 그를 따라다니면 배지를 달 수 있으니 줄을 서지 않을 수 없다. 상당수 의원은 “완전한 오자와 팬이다. 언제 어디든 그와 함께할 것이다”라고 공언한다. 이는 오자와가 여당에 있든 야당에 있든 권력의 중심을 지켜온 원천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3김씨와 빼닮았다.

○ 이번엔 진짜 위기?

오자와를 넘어서지 않으면 새 정치가 힘들다는 게 민주당 소수계파의 공통 인식이다. 하지만 오자와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살아있는 권력’인 그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국의 3김씨도 그랬다.

그러나 이번에는 오자와도 진짜 위기를 만났다는 지적이 많다. 오자와그룹 150명은 남다른 결속력을 자랑해왔지만 4일 당 대표 경선에서 그가 지원한 다루토코 신지(樽床伸二) 후보는 129표에 그쳤다. 게다가 돈과 조직, 인사를 관장하는 당정 핵심요직에서 밀려나 예전처럼 단단한 그룹 결속력을 유지할지 의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오자와가 반격을 공언한 9월 당 대표 선거전은 민주당 정권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고비인 동시에 간 총리에게도, 오자와에게도 정치생명을 건 한판 승부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