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노 가문, 세계 첫 ‘母子대통령’ 탄생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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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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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정부통령 등 공직자 1만7888명 선출 ‘동시 3대 선거’
故 코라손 아키노 前대통령 아들
개표초반 40% 득표 선두 질주
아로요 現대통령 하원 출마 등
정치명문가 출신들 대거 출마

10일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서 고(故)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의 아들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 상원의원(50)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세계 최초의 ‘모자(母子) 대통령’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 청렴 이미지 내세워

이날 오후 7시 투표마감 후 38%를 개표한 결과 자유당 소속 아키노 상원의원이 40% 이상을 득표해 당선이 유력하다고 선관위가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경쟁후보인 영화배우 출신의 조지프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73·국민의 힘)은 25.7%, 부동산 재벌 출신인 마누엘 비야르 상원의원(61·국민당)은 13.9%대의 득표율로 각각 2, 3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키노 의원은 1998년 부모의 후광을 업고 하원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부친은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에게 항거해 민주화 운동을 벌이다 1983년 마닐라 공항에서 암살당한 베니그노 아키노 전 상원의원이며 모친은 1986년 ‘피플파워’ 혁명의 주역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 정치인으로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 지난해 8월 숨진 모친에 대한 추모 열기를 타고 유력한 대선후보로 급부상했다. 국정 경험은 적지만 깨끗하고 청렴한 이미지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샀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른 시간 안에 글로리아 아로요 정권의 부정부패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 각종 소동에도 뜨거운 열기

이번 필리핀 선거는 정부통령과 상원의원 12명, 하원의원 222명, 주지사 및 부지사 각 80명 등 총 1만7888명의 공직자를 한꺼번에 선출하는 대규모 정치 이벤트. 후보자들 이름이 적힌 투표용지 길이가 장당 1m에 가깝기 때문에 투표소에서는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필리핀은 이번 ‘동시 3대 선거’에 사상 처음으로 자동 투개표시스템을 도입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섬이 많은 나라이다 보니 그동안 개표에 몇 주일이 걸려 선거부정 시비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 필리핀 선관위는 “48시간 안에 모든 개표를 끝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0일 선거 도중 자동투표기가 고장 나는 바람에 투표가 중단되는 소동이 잇달았다. 선관위는 “전국 400여 곳에서 자동투표기를 교체하느라 투표 마감을 오후 7시까지 1시간 연장했다”고 밝혔다. 아키노 의원조차 투표소에서 기계 고장으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그는 “만일 기계 결함으로 많은 사람이 투표를 못한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7만6340곳에 이르는 개표장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군 병력이 배치됐다. 지난해 말 선거 관련 폭력으로 57명이 숨진 마긴다나오 주 등 필리핀 남부 지역에서는 이날 후보를 지지하는 무장세력과 경찰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져 14명이 숨졌다. 선거를 하루 앞둔 9일에도 총격전으로 7명이 숨지기도 했다. 이 같은 소동에도 선관위는 투표율이 85%가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 정치가문 총출동

이번 선거에는 아키노 의원뿐 아니라 아로요, 마르코스 등 전현직 대통령을 배출한 정치명문가 출신들이 대거 출마했다. 아로요 현 대통령은 고향인 팜팡가에서 하원의원 후보로 출마했고 장남과 남편, 형제자매 등 4명도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 여사(80)는 북부 일리코스 주에서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며 아들 마르코스 2세도 상원의원에, 장녀는 일리코스 주 주지사에 나왔다. 필리핀 정치평론가인 라몬 카시플레 씨는 시사주간지 ‘타임’에 “막대한 부를 가진 200여 개 필리핀 정치가문의 힘은 나라보다도 강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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