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붕괴 막아라” 파격… 파격… 파격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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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연합 충격조치
“시장이 늑대떼 공격 받아 약한 나라 보호조치 절실”
글로벌 차원 전방위 대응에 비실비실하던 세계증시 화색

유럽연합(EU)의 파격적인 조치는 ‘충격요법(shock and awe strategy)’을 통해 그리스발(發) 금융위기가 불러올지 모르는 유로존의 붕괴를 막겠다는 메시지다. 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긴급 EU 재무장관회의는 ‘그리스 전염’을 막아야 한다는 데에는 의견동의가 이뤄졌으나 구체적인 지원시스템의 시행 방안을 놓고 의견이 갈려 회의 시작 11시간이 지난 다음 날 오전 2시가 돼서야 합의안이 도출됐다.

합의안에 따르면 16개 유로존 국가는 4400억 유로 규모의 ‘유럽안정화기금’을 조성하고 특별 전담기구도 둔다. 3년 기한인 이 기금은 재정위기 국가가 요청을 할 경우 차관뿐 아니라 채무보증 형식으로 지원된다. EU 집행위원회가 운영해 온 기존 500억 유로 규모의 재정안정 지원기금도 600억 유로를 추가로 더 늘린다. 지원대상국도 헝가리 라트비아 루마니아 등 비(非)유로존 국가에서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로존 국가까지 확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또 EU 지원 규모의 절반에 이르는 최대 2500억 유로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조성된 총 7500억 유로의 지원금 운용 방식과 절차는 최근 그리스에 적용된 구제금융과 유사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EU 관계자는 “회원국 의회 승인 등 필요 절차를 밟아야 한다. 회원국들이 신속하게 진행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안데르스 보르그 스웨덴 재무장관은 “시장이 늑대 떼(투기세력)에 집단공격을 받고 있다”며 “약한 국가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도 채권시장 개입을 결정했다. ECB는 성명을 내고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유로존의 공공 및 민간 채권시장에 개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흘 전만해도 ECB 장클로드 트리셰 총재가 “채권 매입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극적으로 입장을 바꾼 것. ECB의 국채 매입은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 때문에 강한 거부반응을 보여 온 최후의 수단이었다. 하지만 “위기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시장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

유럽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던 미국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ECB 및 영국 스위스 등 유럽국가와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익명의 한 미국 고위 관리는 “유럽이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한 만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도 이를 도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정에는 그리스 재정위기가 스페인이나 포르투갈로 확산될 경우 아직 불안한 미국의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AFP통신 등 외신은 “통화스와프 협정은 미국이 그리스발 금융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은 일단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의 유럽증시는 강한 반등세를 보였고 아시아증시도 최대 3% 가까이 상승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영국은 왜 대출보증 거부했나
달링 英재무 “EU 일원이지만 유로존 국가 아니다”▼

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이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무려 11시간 동안이나 진통을 겪은 까닭은 영국의 거센 반발 때문이었다. 영국은 다른 회원국들의 압력에 밀려 전반적인 구제금융 기금 설립에는 동의했으나 ‘구제금융 메커니즘’ 중 한 부분인 4400억 유로에 대한 대출 보증에는 끝내 참여를 거부했다. 비유로존 국가라는 게 이유였다.

앨리스터 달링 영국 재무장관은 BBC방송에서 “이번 합의는 유럽을 위한 매우 훌륭한 결정”이라고 높게 평가하면서도 “비(非)유로존 국가까지 보증의무를 질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발을 뺐다. 영국은 EU의 일원이기는 하지만 유로존 국가는 아니다.

달링 장관은 6일 끝난 영국 총선에서 과반 의석 정당이 없는 ‘헝(hung) 의회’ 상황인 점을 고려해 보수당 및 자유민주당과 사전 협의를 거쳐 최종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로화 안정을 책임져야 하는 주체는 유로존 국가들이지 영국이 아니라는 데 영국 내 모든 정당이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더타임스는 영국이 대출보증 의무에서 자유로워지긴 했지만 구제금융 기금 설립에는 동의했기 때문에 향후 EU 회원국들의 채무 불이행(디폴트) 선언이 현실화할 경우 지게 될 부담금액은 기존 70억 파운드에서 150억 파운드로 확대된다고 전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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