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지자체 쓰고 남은 예산 절반 이상 빚 갚는 데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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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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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정악화 방지대책
광역지자체 쓰고 남은 예산
절반 이상 빚 갚는 데 써야

내년부터 부산 대구 광주 등 재정이 부실한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은 쓰고 남은 예산의 절반 이상을 의무적으로 빚을 갚는 데 사용해야 한다. 16개 광역지자체는 지방 재정의 건전성을 높인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올해 지방채 발행 규모를 지난해보다 38% 줄이기로 했다.

10일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일부 지자체들의 부실한 재정상태를 방치할 경우 남유럽 사태와 같은 국가 재정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보고 지방부채를 감축하기 위한 대수술에 착수했다.

행안부는 이달 말 16개 광역지자체별 2009년 결산자료가 나오는 대로 부실 지자체를 골라내 쓰고 남은 예산 가운데 50% 이상을 부채상환기금으로 적립하도록 할 계획이다. 남은 예산이 2000억 원이라면 지금까지는 부채 상환에 최소 600억 원(30%)만 쓰면 됐지만 내년부터는 1000억 원 이상을 갚아야 한다.

서울 경기 울산 등 재정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지자체도 현재는 잔여예산의 20%만 자율적으로 빚을 갚는 데 사용했지만 내년부터는 30% 정도를 부채상환에 써야 한다. 재정상태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으면 부채상환에 써야 하는 최소비율이 현행 50%에서 60∼70%로 높아진다. 올해까지는 이 그룹에 속한 지자체가 없었지만 지출이 많았던 지난해 결산자료가 나오면 여기에 포함되는 지자체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중앙정부의 긴축 기조에 따라 16개 광역지자체는 올해 지방채 발행액을 지난해보다 2조2000억 원(38%) 줄어든 3조6000억 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행안부가 지난해 하반기에 정한 지방채 발행한도보다 5000억 원 이상 적은 규모다.

정부가 6·2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지방자치단체의 부채 줄이기에 나선 것은 지방재정의 부실을 방치하면 나라 전체의 재정건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방부채가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데다 관리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에 주목한다. 지난해 말 기준 지방채 잔액은 25조5531억 원으로 2008년 말보다 6조5045억 원(34.1%) 늘었다. 같은 기간 중앙정부 부채가 16.2%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속도가 2배 이상 빠르다. 지방부채가 전체 나랏빚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로 높아졌다.

지방정부의 부채 관리능력이 취약한 상태에서 이런 속도로 빚이 늘면 어느 순간 지자체가 부도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방채 잔액 가운데 13%인 3조3000억 원의 만기가 1∼4년으로 짧은 데다 연간 지급이자율이 5%가 넘는 채권이 많다는 점도 지자체 재정에 부담이 되고 있다. 지방부채는 어느 부문에서 얼마나 늘어날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잠재된 폭탄’으로 불린다. 지자체 산하 공기업의 차입은 2008년 47조3000억 원으로 2007년보다 6조 원 이상 늘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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