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하토야마 불신’ 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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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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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핵정상회의서… 日민주 ‘포스트 하토야마’ 움직임 빨라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2일 미 워싱턴에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에게 극도의 불신감을 표출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핵안전정상회의 만찬장에서 10분간 열린 비공식 정상회담에서 하토야마 총리는 후텐마(普天間) 문제와 관련해 “일미동맹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지금 노력하고 있다. 5월 말까지 결론 내겠다. 대통령의 협력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당신은 (작년 11월 정상회담에서도) 믿어달라고 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진전되는 게 없지 않느냐. 끝까지 잘 해낼 수 있겠느냐”며 의문을 나타냈다.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해 11월 13일 도쿄(東京)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나를 믿어달라”며 후텐마 문제의 조기 해결을 약속했지만, 바로 다음 날 이 말을 뒤집은 데 이어 지금까지 뚜렷한 성과가 없는 상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지적한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일본 총리 면전에서 깊은 불신감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반문에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과 존 루스 주일 미국대사가 교섭하고 있다”며 미일동맹을 강조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딱 부러진 대답을 하지 않았다. 14일에는 오카다 외상이 루스 대사에게 후텐마 실무협의를 제안했으나 루스 대사는 즉각 거부했다. 미국은 이달 중으로 예정됐던 커트 캠벨 국무부 차관보의 방일도 유보했다. 미국 측 관계자는 “지금 국무부 차관보가 일본에 가면 협의에 응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며 “현 단계에서 일본과 협의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와 연립여당, 해당 지역 주민이 정부안에 먼저 합의하는 등 국내 교통정리를 마친 뒤 미일 협상에 나서라는 의미다.

후텐마 문제를 5월 말까지 매듭짓지 못하면 하토야마 총리가 물러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7월 중의원선거와 참의원선거가 동시에 치러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국가전략상은 16일 “총리가 참의원선거 전에 퇴진하는 경우 중·참의원 동시선거 가능성이 있고, 논리적으로도 그렇다”고 말했다. 정권 지지율이 급락한 상황에서 재정위기와 후텐마 문제 등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선거를 통해 국민의 재신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포스트 하토야마’로 거론되는 간 나오토(菅直人) 부총리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 부대신 등은 9월로 예정된 당 대표 선거가 당겨질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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