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항 지시 무시… 네 차례나 착륙 강행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2일 03시 00분


■ 폴란드기 추락 원인 의문“구급차 부를 필요없다, 모두 사망했다” 참혹“착륙전 연료 버려” 러TV 기체결함 의혹 제기
20년 넘은 전용기 2008년 몽골 갈때도 말썽

처참한 사고현장 10일 추락한 러시아제 Tu(투폴레프)-154기의 처참한 잔해. 작은 사진은 사고 비행기가 2008년 10월 폴란드 크라코프 공항에서 이륙할 때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사고 비행기는 1970, 80년대 동유럽권에서 주종 여객기였지만 숱한 항공 참사를 낳아 1998년 이후 생산이 중단됐다. 폴란드에서도 대통령 전용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예산 문제로 보류됐었다. 스몰렌스크(러시아)=이타르타스 연합뉴스
처참한 사고현장 10일 추락한 러시아제 Tu(투폴레프)-154기의 처참한 잔해. 작은 사진은 사고 비행기가 2008년 10월 폴란드 크라코프 공항에서 이륙할 때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사고 비행기는 1970, 80년대 동유럽권에서 주종 여객기였지만 숱한 항공 참사를 낳아 1998년 이후 생산이 중단됐다. 폴란드에서도 대통령 전용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예산 문제로 보류됐었다. 스몰렌스크(러시아)=이타르타스 연합뉴스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구급차를 부를 이유가 없었다. 모두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10일 오전 여객기 추락 현장으로 달려간 폴란드 기자 빅토르 바토르 씨는 “잔해들이 수백 m에 걸쳐 널브러져 있었다. 사망자 신원 파악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고 말해 사고 당시의 충격을 짐작하게 했다. 러시아 현지 언론은 추락사고 현장 부근에서 사고 원인을 규명해줄 비행기록장치(블랙박스) 2개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와 폴란드 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회수된 블랙박스 분석작업을 진행 중이다.

○ 관제탑 지시 무시?…의문 증폭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은 사고의 원인은 일단 조종사 과실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익명의 스몰렌스크 현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추락 원인은 착륙을 위해 접근하던 중 (발생한) 조종사의 실수로 보인다”고 했다. 러시아 검찰과 항공 당국에 따르면 비행기는 공항 주변에 짙은 안개가 낀 상태에서 착륙을 시도했고 활주로에서 300여 m 떨어진 숲 속 나뭇가지 끝에 기체(機體)가 부딪힌 후 곧바로 곤두박질치면서 폭발했다는 것.

그러나 기장이 왜 관제탑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짙은 안개 속에서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했느냐는 점이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러시아 공군 고위 관계자는 “통제관의 말을 따르지 않고 조종사가 하강속도를 높였다”면서 “다른 공항(벨라루스 민스크)으로 회항하라는 지시도 무시했다”고 말했다. 목격자들도 사고기가 나뭇가지 끝에 부딪혀 추락하기 전에 세 차례 착륙을 시도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현지 관리들은 사고기에 앞서 현지에 착륙할 예정이었던 다른 비행기도 착륙을 시도하다가 짙은 안개 때문에 결국 회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 투데이’ 등 러시아 일부 TV 방송은 “사고기가 첫 번째 착륙 시도 전부터 연료를 버리고 있었다”면서 “이는 기체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연료가 떨어진 상태에서 무리해서라도 착륙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었다는 것이다.

○ 투폴레프 기종

사고 비행기는 러시아제 Tu(투폴레프)-154 기종으로 투폴레프사가 제작한 보잉 727기의 복제판 항공기. 1968년 10월 취항한 길이 48.m, 폭 37.5m(좌우 날개 포함), 항속거리 3740km다. 180명이 탑승할 수 있는 중형 항공기. 1970, 80년대 동유럽권 여객기의 주종을 이뤘지만 숱한 항공 참사를 낳아 1998년 이후 생산이 중단됐다. 러시아 항공사 아에로플로트도 소음이 크고 연료 소비가 많다는 이유로 운항에서 제외시켰다.

항공 사고 정보사이트 ‘항공안전네트워크’에 따르면 지금까지 Tu-154와 관련된 사고는 66건으로 이 가운데 6건이 지난 5년간 발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1994년부터 지금까지 100명 안팎이 사망한 대형사고만 16건에 이른다.

○ 폴란드 대통령 전용기 전에도 문제

AP통신은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이 탄 기체가 제작된 지 최소 20년이나 돼 폴란드에서도 전용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나왔으나 예산 문제로 보류됐다고 전했다. BBC 인터넷판은 2008년 말 카친스키 대통령의 몽골 방문 때에도 조종장치에 문제가 생겨 출발이 지연돼 전세기편으로 도쿄(東京)에 갔으며 일주일 뒤 한국 방문 때에는 난기류를 만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바르샤바=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항공 참사로 숨진 역대 각국 지도자

△ 2004년 4월 보리스 트라이코프스키 마케도니아 대통령
△ 1994년 4월 쥐베날 하비아리마나 르완다 대통령
△ 1988년 8월 무함마드 지아울하크 파키스탄 대통령
△ 1986년 10월 사모라 마셸 모잠비크 대통령
△ 1981년 5월 하이메 롤도스 아길레라 에콰도르 대통령
△ 1977년 1월 제말 비예디치 유고슬라비아 대통령
△ 1966년 4월 압둘 살람 아리프 이라크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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