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트너 방중… ‘위안화 절상’ 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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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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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했던 中 “절상할 수 있다”
양국 정상회담 앞두고 봄바람

인도를 방문 중인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8일 중국을 전격 방문해 베이징(北京)에서 왕치산(王岐山) 중국 부총리와 만나 위안화 환율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위안화 절상 문제를 놓고 장기간 첨예하게 대립해온 미국과 중국이 드디어 환율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이다.

○ 해묵은 난제, 위안화 환율 집중 논의

중국 정부는 이날 오후 늦게 열린 가이트너 장관과 왕 부총리의 회담에서 논의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의 절상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신문 연합사이트인 중국신문망은 이날 회담이 끝난 직후 “쌍방은 양국 경제관계 및 세계경제 형세, 다음 달 하순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2차 미중전략경제대화 등을 의제로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 언론은 양국이 위안화 환율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중국 정부가 조만간 환율 정책에 대한 재검토 방침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언론은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의 한 방법으로 위안화 환율 변동 폭을 확대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앞서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금융연구소의 바수쑹(巴曙松) 부소장은 이날 “위안화의 하루 환율 변동 폭이 확대될 수 있으며 절상도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해 그동안 환율 문제에 ‘내정 간섭’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여 왔던 중국 정부가 신축적인 자세로 태도를 바꾸었음을 강력 시사했다.

실제로 이런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반영한 듯 최근 6.8260위안을 유지해온 달러당 위안화의 은행 간 거래 환율은 7일 6.8259위안으로 떨어져 8일에도 그대로 유지됐다. 지난해 5월 25일 이후 10개월여 만에 위안화 가치가 가장 높아진 것이다.

○ 미중, 갈등 대치서 상호 협력 모드로

1일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안전정상회의에 참석하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다음 날 양국 정상은 전화로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양국 정상이 민감한 문제들을 적절하게 처리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3일엔 미 재무부가 15일로 예정된 환율조작국 발표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란 제재에 반대해 오던 중국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이번 주 유엔에서 열리는 이란 제재 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다.

이어 추이 부부장은 7일 “양국 정상이 상대국의 핵심 이익을 서로 존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올 초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와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면담 등이 불거질 때마다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하라”고 강력히 촉구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 ‘정치적 협력, 경제적 갈등 병존 가능성도’


그러나 양국의 협력 모드가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뉴쥔(牛軍)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경제와 무역 문제는 정치 현안처럼 갑작스럽게 회담을 통해 진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필요한 장기 과제”라며 지나친 낙관을 경계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 드미트리오스 매런티스 부대표는 8일 다음 주 중국을 방문해 “정부 조달에서 자국 기업에 우선권을 주어 비관세 장벽이 될 수 있는 중국의 ‘자주 혁신’ 정책의 철회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국 간에 언제든 통상 갈등의 뇌관이 터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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