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속 호빗족 “현생인류 아닌 새 종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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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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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 지지 연구 잇달아

영화 ‘반지의 제왕’ 주인공 가운데 하나인 호빗족 프로도(일라이저 우드). 최근 과학계에는 호빗이란 별명을 가진 왜소 인류 호모플로레시엔시스가 현생인류와는 별개 종족으로 지구상에 존재했을 것이란 가설이 힘을 얻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영화 ‘반지의 제왕’ 주인공 가운데 하나인 호빗족 프로도(일라이저 우드). 최근 과학계에는 호빗이란 별명을 가진 왜소 인류 호모플로레시엔시스가 현생인류와는 별개 종족으로 지구상에 존재했을 것이란 가설이 힘을 얻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3년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에서 무더기 화석으로 발견된 1만8000년 전 왜소 인류 ‘호모플로레시엔시스’가 현생인류와 다른 별개의 종이라는 가설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7일 AP통신은 저명한 고고학·인류학·영장류 동물학 전문지인 ‘인류진화저널’이 지난해 11월호에서 ‘호모플로레시엔시스가 새로운 종족’이라는 가설을 지지하는 10여 건의 연구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키가 1m 남짓한 호모플로레시엔시스는 ‘호빗’이라는 난쟁이 족이 등장하는 소설 ‘반지의 제왕’이 영화로 큰 인기를 얻은 덕분에 ‘호빗’이라는 별명을 얻은 종족. 이들은 수백만 년간 현생인류에는 나타나지 않는 특징들을 갖고 있으면서도 현생인류와 동시대에 살았다는 점에서 학계에 충격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만약 이들이 ‘새로운 종’이라는 가설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인류의 진화가 아프리카에서만 일어나 현재에 이르렀다는 진화론에 대한 중요한 도전으로, 인류의 진화는 좀 더 복잡한 양상으로 진행되었을 것이라는 개연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반면 이런 개연성을 부정해온 학자들은 키가 1m도 채 안 되고 뇌의 크기는 아기의 것만 한 ‘호빗’족이 장애를 가진 현생인류로 보아왔다.

그러나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크리스 스트링어 박사는 최근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 열린 인류진화회의에서 “최근 학자 20여 명이 ‘새로운 종’ 가설을 지지했다. 이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이제 소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뉴욕 스토니브룩대의 윌리엄 융거스 고인류학 교수도 “호빗족은 기존의 어떤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종”이라고 주장했다. 또 1999년 호빗족 거주지였던 리앙 부아 동굴을 처음 발견한 호주 고고학자 마이크 모드 교수는 “이들은 완전히 예상 밖의 존재로 우리가 아시아에서의 진화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드 교수는 논란을 끝내기 위해선 호빗족 조상들의 두개골과 치아 손목뼈 등을 더 구해 인류의 조상으로 알려진 호모에렉투스와 비슷한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의 팀은 이미 발굴을 시작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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