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선호’에 희생된 女兒1억명

  • 동아일보

이코노미스트, 中-인도 등 ‘젠더사이드’ 비판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그러나 세상에 태어나보지도 못하고 ‘삶’을 마감하는 여아가 1억 명이 넘는다고 영국 경제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신호 커버스토리에서 전했다.

중국과 인도 북부지역은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아이들의 남녀 성비가 여아 100명당 남아 120명에 이른다. 1980년대 후반의 남녀 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08명이었다. 일부 지방에서는 여아 100명당 남아가 130명에 이르기도 한다. 중국이 가장 심하지만 대만 싱가포르 같은 동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야 등 유라시아 내륙 캅카스 지역도 남녀 아이 성비가 불균형한 지역으로 거론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현상을 ‘젠더사이드(gendercide·성별에 따른 의도적 살해)’로 볼 수 있다며 “199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인도의 아마르티아 센은 낙태와 살인, 방치 등으로 사라진 여아를 1억 명으로 잡았고, 그 수는 지금 더욱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잡지는 전통적으로 남아선호 현상이 강한 지역 또는 국가가 개발도상국으로 이행하는 단계에서 핵가족화가 이뤄지고 태아감별 기술까지 발달하면서 이 같은 ‘여아 살해’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한 가정 한 자녀 두기’ 정책이 대표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1990년대 한국도 중국만큼이나 편파적인 성비를 보였지만 지금은 정상 수준으로 다가가고 있다”며 이는 의도적이라기보다는 여성 교육 확대, 차별금지 소송, 성차별 관련 판결 등이 남아선호현상을 구시대적이고 불필요한 것으로 바꿨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잡지는 “이는 한국이 부유해지면서 벌어진 일”이라며 “소득이 한국의 4분의 1과 10분의 1에 불과한 중국이나 인도가 부유해질 때까지 기다리려면 너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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