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체제 활동 류샤오보에 징역 11년 중형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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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맹비난… 인권전쟁 불붙나

중국 법원이 자국의 대표적 인권운동가인 류샤오보(劉曉波·53) 씨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와 지식인들은 이를 즉시 비난하고 나섰고,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베이징(北京) 제1중급인민법원이 25일 오전 체제전복 선동 혐의로 기소된 류 씨에게 징역 11년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또 법원은 류 씨의 정치적 권리도 2년간 박탈했다.

AP통신은 국제 인권단체를 인용해 이는 1997년 중국에 체제전복 선동죄가 생긴 이래 가장 무거운 형량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공산당 일당독재 종식을 요구하는 내용인 ‘08헌장’ 서명을 주도했다가 당국에 체포됐다. 이후 1년 동안 구금 상태로 조사를 받아오다 이달 10일 정식 기소됐다.

서방 각국과 이들 국가의 인권단체는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정부는 판결 직후 류 씨의 조속한 석방을 다시 촉구했다. 그레고리 메이 주중 미국대사관 1등서기관은 이날 법원 앞에서 “미국 정부는 이번 판결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중국 정부에 그의 조속한 석방을 지속적으로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도 이날 성명을 내고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이날 열린 선고공판엔 미국뿐 아니라 상당수 국가의 외교관과 외신 기자들이 방청을 위해 법원을 찾아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 류 씨에 대한 첫 심리가 진행된 23일에도 미국 영국 프랑스 등 15개국의 베이징 주재 대사관 직원들이 법원을 찾았다. 중국 당국은 23일과 이날 모두 이들의 방청을 허락하지 않았다.

국제사면위원회 등 국제 인권단체들도 중국 비판에 나서고 있다. 미국 뉴욕에 있는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관계자는 “류 씨에 대한 재판은 ‘정의’라는 이름의 광대놀음”이라며 “이번 판결은 중국 정부가 체제 위협 세력을 엄벌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경 없는 기자회’도 이날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류 씨에게, 그것도 성탄절에 11년형을 선고하는 것은 치욕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세계의 지식인들도 가세하고 있다.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마호메트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소설 ‘악마의 시’로 유명한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 세계적 베스트셀러 소설가이자 기호학자인 이탈리아의 움베르토 에코 등 작가 300여 명이 류 씨의 석방을 촉구했다.

중국 언론 대부분이 침묵하는 가운데 류 씨의 중형 선고 소식은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퍼지고 있다. 중국을 포함해 세계 인터넷에서 수많은 누리꾼이 블로그나 메신저에 류 씨에 대한 지지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 표시를 달고 있다. 홍콩에서는 이날 20여 명의 시민이 중국 정부의 연락사무소 앞에서 류 씨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경찰과 충돌해 몇 명이 부상을 입었다.

중국 정부는 이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하루 앞선 24일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사법주권을 존중하고,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중국 공안도 ‘08헌장’ 서명자들에 대한 감시를 전국적으로 강화했다고 홍콩 언론이 전했다.

문학박사인 류 씨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당시 지식인들의 단식투쟁을 주도하다 투옥됐다. 이후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작품을 잇달아 발표하는 등 반체제 활동으로 수차례 체포됐다 석방되는 수난을 겪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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