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한인 특허전문가 100명 처음 한자리 모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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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특허청장 ‘50년 만에 바뀔 특허법’ 초청 강연
‘특허괴물’과의 전쟁서 한국기업이 이길 방안 모색

17일(현지 시간) 오후 6시 미 워싱턴 시내 13가에 위치한 로펌 회사인 ‘맥더멋 윌 앤드 에머리’ 사무실.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한인 특허전문가 100여 명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한인 변리사 및 변호사, 기업체 주재관, 미 특허청 한인 심사관들은 날로 격화되는 특허전쟁에서 한국 기업이 어떻게 하면 미국 특허를 선점할지를 놓고 고민했다.

이 자리에는 3개월 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발탁한 민간인 출신의 데이비드 카포스 미 특허청장도 함께했다. 한인 변리사와 변호사들은 특히 한국 기업을 괴롭히는 ‘특허 괴물(patent troll)’을 퇴치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날 모임은 특허전쟁의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이들의 힘을 한데 모아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미국 특허를 효과적으로 따낼 수 있을지 고민하기 위해 마련됐다.

워싱턴 특허전문 한인 변호사들은 한국에서 변리사 자격증을 따고 미국에서 법대 과정을 마친 뒤 미국변호사 자격증을 딴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날 모임을 주도한 박해찬 재미한인특허변호사협회 회장은 “우선 미국 전역에서 산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특허전문 한인 변호사들을 네트워킹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모인 한인 특허변호사들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특허전쟁에서 한국 기업들이 이길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오바마 행정부도 ‘특허 괴물’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미국 특허법을 개혁할 방침이다. 카포스 청장은 IBM 부사장 출신으로 20여 년간 특허 업무만 맡은 실무 전문가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를 발탁한 이유는 관련 업계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최근 50년간 꿈쩍 않던 미국의 특허법 개혁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카포스 청장은 이날 강연에서 “특허 심사기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기업의 혁신 아이디어가 낮잠을 자는 일이 생겨선 안 된다”며 “특허개혁법안의 의회 통과를 위해 유관 기관과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미국 특허법 개혁방안은 한국 기업에 유리한 편이다. ‘특허 괴물’들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지 못하도록 특허권을 기술발명자에게 주지 않고 특허출원자에게 우선권을 주겠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미국 컴퓨터업계와 제약업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의회에 계류돼 있다. 카포스 청장은 강연 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업계 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연말까지 의회에서 법안이 통과될지 확신하기 어렵지만 ‘특허 괴물’의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는 특허시스템을 바꾸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에는 미 특허청과 특허전문항소법원(CAFC), 대법원, 국제무역위원회(ITC) 등 특허관련 연방기관이 밀집해 있다. 한 해 48만 건의 첨단기술이 미국 특허를 받기 위해 출원되고 글로벌 기업들은 하루 평균 15건의 특허분쟁을 제기하는 등 특허전쟁의 격전지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하이닉스반도체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글로벌 기업들은 워싱턴에서 ‘특허’를 무기로 돈을 요구하면서 소송을 걸겠다고 협박하는 ‘특허 괴물’들과 싸우느라 분투하고 있다. 권규우 주미 한국대사관 특허관은 “지난해 연방법원과 ITC에 특허소송이 연루된 한국 기업은 60곳으로 소송 건수로는 75건이나 된다”며 “‘특허 괴물’에 피소된 사례도 절반가량인 45%에 이른다”고 말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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