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 名家’ 먹칠한 패륜 아들

  • 입력 2009년 10월 10일 02시 58분


토니상 수상 유명 제작자, 치매걸린 노모 협박 학대
2억달러 유산 사취 ‘유죄’

앤서니 마셜 씨(사진) 가 85년간 쌓아온 명예는 8일로 끝났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이오지마 전투에 참전한 해병이었고, 여러 나라 주재 미국대사를 지냈으며, 토니상을 수상한 유명한 연극 제작자였다. 하지만 마셜 씨는 이날 뉴욕 주 법원에서 1급 절도, 사문서 조작, 사기 등 14개 조항에 대해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받았다. 이번 평결로 그는 최대 2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12월 8일까지 보석을 허가받은 그는 눈물을 흘리며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법원을 떠났다.

마셜 씨는 2007년 105세로 타계한 모친 브룩 애스터 씨를 협박하거나 속이는 방법으로 2억 달러의 유산을 사취하려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자선재단인 빈센트 애스터 재단의 이사장이던 애스터 씨는 생전에 2억 달러에 가까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 미국의 대표적 자선가로 명성을 날렸다. 이 명성을 바탕으로 애스터 씨는 뉴욕 상류사회를 상징하는 사교계의 명사로 오랫동안 군림했다. 검사 측은 마셜 씨가 사망 5년 전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판단력을 상실한 모친을 맨해튼의 허름한 아파트에 격리시킨 뒤 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한 유언을 다시 바꾸게 강요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재판은 뉴요커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아왔다. 애스터 씨가 존경받는 유명 자선가였다는 점 외에도 그녀가 남긴 2억 달러의 유산에는 두 세기 넘게 거슬러 올라가는 흥미 있는 스토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애스터 씨는 3번째 남편인 부호 빈센트 애스터 씨가 세상을 뜨면서 1959년 수억 달러의 유산을 상속받았다. 결혼 6년 만의 일이다. 마셜 씨는 애스터 씨가 첫 번째 남편이었던 존 쿠저 전 뉴저지 상원의원과의 사이에 얻은 자식이다. 빈센트 씨의 유산은 그가 1912년 타이타닉호 침몰 때 사망한 부친인 존 제이컵 애스터 4세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며, 애스터 4세의 증조부는 19세기 초반 미국 최초의 백만장자가 된 존 제이컵 애스터 씨이다. 그 재산은 흘러 흘러 결과적으로 패륜의 씨앗이 됐다.

마셜 씨는 이미 자식에게도 버림받았다. 3년 전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할머니를 박해했다’며 마셜 씨를 고소한 이는 바로 그의 아들인 필립 마셜 씨였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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