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中눈치에 달라이 라마 안만나나

  • 입력 2009년 10월 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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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이란 핵문제 中협력 필요”
티베트 망명정부에 양해 구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5일 미국 워싱턴에 도착했지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는 만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달라이 라마는 1991년 워싱턴을 방문해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을 만나는 등 총 10차례의 방문에서 미 대통령과 모두 면담했으며, 미 대통령과 만나지 못한다면 이번 방문이 처음이다.

2주간 북미 지역을 순방하며 법회와 강연을 한 뒤 워싱턴에 도착한 달라이 라마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의회 지도자들을 만나고 ‘현대 세계에서 지혜를 찾는 법’을 주제로 대중 강연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인도의 티베트 망명정부 측에 대표단을 보내 다음 달 자신의 중국 방문 이전에는 달라이 라마를 만날 수 없다는 점을 설명하고 면담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만나지 않기로 한 것은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중국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정부는 티베트 망명정부에 ‘미국은 북한과 이란 핵 문제 등 주요 이슈에 대해 중국과 협력하기를 원한다’며 양해를 부탁했다”고 전했다. 또 미국은 대만에 새로운 무기 수출을 추진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의 신경을 건드릴 수 있는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지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이에 티베트 망명정부의 삼동 린포체 총리는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중국의 환심을 사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공화당의 프랭크 울프 하원의원도 중국이 티베트 인사들을 고문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교도소에 수감된 티베트 승려들이 이 소식을 들으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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