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9년 9월 3일 02시 5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총선에서 충격적인 참패를 당한 자민당에 대해 2일 일본 언론에선 ‘죽은 목숨’이란 표현마저 등장했다. 자민당은 지금 극심한 무력감에 빠져 있다. 여기다 다가오는 총리 선출 특별국회 및 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자중지란(自中之亂)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대형 국책사업과 우정민영화, 내년도 예산 편성 등 자민당이 그동안 추진해 온 주요 정책은 모두 좌절됐다. 민주당보다 비교 우위가 있다고 자부해 온 경기회복 대책도 현재 올 스톱 상태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내각은 신종 인플루엔자 대책 등 위기관리 행정에서만 제한적으로 기능하고 있을 뿐이다. 국회에서는 민주당으로부터 ‘방 빼 달라’는 요구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 자민당이 수십 년 동안 독점해 온 국회의사당 정면의 넓고 접근성 좋은 사무실 주인을 바꾸는 것은 정권 교체의 상징을 한눈에 보여주는 장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서 떨어진 자민당 의원의 국회 및 지방사무실 비서 2000여 명은 당장 일자리를 잃게 돼 생계를 걱정할 처지다. 일부는 새로 배지를 단 민주당 의원실을 기웃거리지만 그쪽에서 받아줄 리가 없다.
의욕을 잃은 각료들이 중요한 국제회의에 잇따라 불참하면서 국익 논란도 일고 있다. 지역구 선거에서 떨어져 비례대표로 기사회생한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 재무상은 4일부터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부장관을 대신 보내기로 했다. 요사노 재무상은 기자회견에서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지역구에서 선택받지 못한 처지라서…”라며 정책 집행에 의욕을 잃은 모습을 보였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경제산업상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농림수산상은 선진국과 신흥국 36개국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3, 4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 실무책임자를 대신 보내기로 했다. 이 국제회의에선 무역자유화를 대폭 신장시키는 도하라운드의 최종 합의 스케줄을 논의한다. 일본 내에선 실무자들의 말발이 얼마나 먹힐지 걱정하는 기류가 엿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민당은 28일 열리는 총재 선거 방식을 놓고 간부끼리 고성이 오가는 등 자중지란에 빠졌다. 현역 의원들이 대거 떨어져 중앙 표가 지방조직 표보다 적어지자 중앙과 지방 간 표 배분을 놓고 언쟁을 벌인 것이다. 16일로 잡힌 총리 선출 특별국회에서의 투표 대책을 놓고도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관방장관은 “16일이면 엄연히 아소 총리가 당 총재인 만큼 우리는 아소 총리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아무도 동조하지 않았다. 자민당 의원들은 총리 선거에서 백지투표를 할 가능성이 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