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선거가 20일(현지 시간) 탈레반의 극심한 선거 방해 위협 속에 마무리됐다. 2001년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이후 두 번째로 치러진 이번 대선의 결과는 앞으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對)아프간 전략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5시 전국 7000여 개 투표소에서 10시간에 걸쳐 실시된 대선 및 지방선거 투표를 마감하고 개표 작업을 시작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투표는 당초 마감시간보다 1시간 연장해 실시했지만 탈레반의 테러 위협 탓에 투표율은 매우 낮을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했다. 1차 개표 결과 발표는 22일경으로 예상된다. 탈레반의 영향력이 막강한 아프간 남부 지역의 투표율이 아주 낮게 나타날 경우 현직 대통령인 하미드 카르자이 후보의 재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북부 지역의 투표율이 높을 경우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도전하는 전 외무부 장관 압둘라 압둘라 후보에게는 유리하다.
이날 투표는 예상대로 초반부터 탈레반의 방해 공격이 기승을 부렸다. 수도 카불에서는 탈레반으로 추정되는 무장 괴한들이 경찰 및 보안군 대원들과 총격전을 벌이다 사살되거나 체포됐다. 탈레반은 스스로 전국의 16개 투표소를 공격해 투표를 막았으며 다른 지역의 여러 투표소도 문을 닫았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이날 오전 카불 시내의 투표소 6곳을 확인한 결과 유권자들이 줄을 선 모습은 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탈레반이 장악한 칸다하르 주 선관위의 한 관리는 “투표율이 2004년 대선 때보다 40%가량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레반의 공격이 주춤해진 오후 들어 투표소에 유권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투표 마감 직전에는 일부 투표소에 유권자들이 길게 늘어섰다. 선관위는 다음 달 17일경 개표 결과를 공식 발표한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