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유학생 6만명시대 明暗]<하>‘中流’ 흘러넘치는 대학가

  • 입력 2009년 6월 23일 02시 58분


최근 대학가에 중국인 유학생이 급증하면서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이들의 표심을 잡는 것이 중요해졌다. 올해 4월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선거에 등장한 중국어 대자보. 동아일보 자료 사진
최근 대학가에 중국인 유학생이 급증하면서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이들의 표심을 잡는 것이 중요해졌다. 올해 4월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선거에 등장한 중국어 대자보. 동아일보 자료 사진
중국어 더 많이 들리는 한국 캠퍼스
교내엔 중국어 대자보… 밖엔 ‘리틀 차이나타운’…
“한중 교류 촉매… 지한파 성장할 수 있게 도와야”

올해 4월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선거에서는 중국 유학생들을 위한 중국어 대자보가 등장했다. 지난해 11월 전남대는 총학생회장 선거를 앞두고 중국인 유학생 289명의 선거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중국어로 작성된 대자보 10여 개를 교내 곳곳에 붙였다. 중국인 유학생들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공약까지 나올 정도로 중국 학생들이 무시하지 못할 구성원이 된 것이다.

○ 환전소-중국식품점 등 즐비

국내 중국인 유학생이 6만 명을 넘고 전체 외국인 유학생의 77%를 차지하면서 대학 캠퍼스에 새로운 풍속도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 유학생이 많은 충청권 대학에서 두드러진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캠퍼스 안팎에서의 중국어 공용화. 충청권 대부분 대학이 홈페이지에 중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학 캠퍼스에는 중국어로 된 현수막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주로 중국인 유학생들을 겨냥한 식당 등의 개업을 알리는 현수막들이다. 술집에는 메뉴판에 중국어를 병기해 중국인 유학생 손님을 끌고 있다. 청주대 법대 3학년생인 이모 씨는 “올봄에 복학해서 캠퍼스를 걸어가는데 한국말보다 중국말이 더 많이 들려서 놀랐다”고 말했다.

대전 배재대와 우송대 등 중국 유학생이 많은 대학가 주변에는 이들이 모여 사는 ‘리틀 차이나타운’도 생겨나고 있다. 배재대 후문 인근에는 환전소와 식품점,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양꼬치 전문점 등이 즐비하다. 또 한국어가 서툰 중국인 유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휴대전화 판매점과 인터넷 신청을 할 수 있는 가게도 문을 열었다. 또 중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포켓볼 전용 당구장도 들어섰다.

서울의 대학가도 변하고 있다. 성균관대 후문 인근에는 중국산 양념, 과자, 국제전화카드 등을 판매하고 항공예약 등 한국 생활 전반을 돕는 가게가 생겨났다. 경희대 앞 음식점 지리찬팅(吉利餐廳)은 ‘중국유학생지가(中國留學生之家)’라는 간판을 내걸고 중국식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다. 사장 탕순위(唐順玉) 씨는 “일반 중국집이 유학생들의 입맛에 잘 맞지 않아 올해 3월 가게를 열었다”며 “손님 90%가 중국인 유학생”이라고 말했다.

○ 연간 쓰는 돈 7500억 원대

중국 유학생이 급증하면서 문제점이 불거지기도 하지만 대학과 한국 학생들의 국제화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신입생 부족에 시달리는 지방대는 중국인 유학생 유치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연간 500만∼600만 원의 등록금 외에 기숙사비로 연간 120만∼200만 원을 낸다. 유학생 1명이 대학에 내는 돈이 연간 620만∼800만 원. 중국인 유학생이 1000명 정도 있는 대학은 연간 62억∼80억 원을 확보하는 셈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조현국 연구원은 “서울의 대학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은 등록금과 생활비 등으로 연간 1500만 원, 지방 유학생은 1200만 원 정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한국에 들어와 있는 중국인 유학생 6만 명 중 서울에 1만 명, 지방에 5만 명 정도 있으므로 이들이 연간 쓰는 돈은 7500억 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유학 역조 해소에도 기여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인 유학생의 증가로 중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956명 가운데 중국인이 810명(84.7%)인 상명대 서울캠퍼스는 한 달간 한국인 학생들을 중국에 보내 중국어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중국인 유학생이 들어오면서 생긴 수익금으로 한국인 학생들의 중국 연수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다.

상명대 김종박 국제학생부장은 “중국에 다녀온 학생들은 중국인 유학생들과 더 가깝게 지내게 되는 등 국제교류가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연세대 김동훈 대외협력처장은 “우리 학생들이 한국에 있으면서 중국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인 유학생의 증가는 한-중 문화교류에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궁극적으로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지한파(知韓派)가 될 수 있도록 대학과 사회가 각별한 관리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된다. 이호재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한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체험 기회를 제공해 이들 지한파가 중국에서 지도층으로 성장하면 장기적으로 우리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등록금 안받고… 기숙사 내주고… 보험 들어주고…
“중국인 유학생 유치하자” 대학들 선물보따리 공세

“나도 중국인 유학생이었으면 좋겠어요.” 충북 청주대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이모 씨(19)는 중국인 친구가 부럽다고 한다. 같은 캠퍼스를 거닐며 똑같은 수업을 받지만 중국인 유학생인 친구는 유학생이라는 이유로 등록금을 한국 학생의 절반인 170만 원만 낸다. 약 300억 원을 들여 지은 인터내셔널 빌리지에는 호텔급의 외국인 유학생 전용 기숙사도 들어섰다.

국내 대학들이 중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를 잇달아 제공하고 있다. 유학생들은 정원 외이기 때문에 대학으로선 열악한 재정을 보충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충남 논산시 금강대는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4년 내내 등록금 전액을 지원해준다. 여기에 매월 도서구입비로 10만∼2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한다. 건국대, 동국대, 국민대 등 수도권 대학도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등록금의 50%를 감면해주고 있다.

낯선 이국생활을 돕는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지방대의 경우 기숙사 등 생활편의 시설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다. 청주대에 이어 신라대도 외국인 전용 기숙사를 갖춘 글로벌 타운을 8월 준공한다. 동국대는 학교에서 전액을 부담해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사망시 5000만 원, 상해 및 질병 발생시 1000만 원을 지급하는 보험에 가입해 주고 있다. 건국대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생활 전반을 돕는 멘터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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