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대통령 선거 무효화와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위대와 진압경찰 사이에 충돌이 격해지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일 “이란은 자국민에 대한 폭력과 불공정한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어 그는 “이란 정부는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집회와 언론의 자유라는 보편적 권리는 반드시 존중돼야 하며 미국은 이러한 권리를 행사하려는 사람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이란정부가 국제사회의 존경을 얻으려면 자국민의 존엄성을 존중해야 하며 강제가 아닌 국민적 동의에 따라 통치해야 할 것”이라며 “도덕적 세계로 가는 길은 멀지만 정의를 향해 굽어있다”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유명한 연설을 인용했다. 그는 토요일인데도 이란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고위관계자들과 계속 모임을 가졌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의 내정에 대한 불개입 선언을 여러 차례 했고 선거부정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신중모드’에 대해 미국 행정부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시위대에 대한 발포 등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경우에 대한 대비책은 세우고 있다. 하지만 시위대가 미국의 사주를 받는 꼭두각시라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상하양원은 19일 공화당 의원들이 제출한 이란 정부의 시위대에 대한 강경진압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한편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는 이란 개혁파의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고 미국의 지원을 촉구하는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미국의 워싱턴과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에서는 이란 개혁파 대통령 후보 미르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의 상징색인 녹색 옷을 입은 시위대가 ‘이란과 함께하자’는 등의 구호를 적은 플래카드를 들고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