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 만 ‘사치의 여왕’ 이멜다

  • 입력 2009년 6월 17일 03시 00분


동아일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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比법무장관 ‘3억달러 보석 반환’ 제안 무산

사치스러운 사생활로 유명한 필리핀의 이멜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부인이 23년 전 압수당했던 금은보화를 되찾게 될 뻔하다 수포로 돌아갔다. 이멜다 씨는 남편인 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권좌에서 축출된 1986년 3억1000만 달러(약 3920억 원)어치의 보석을 압류 당한 채 해외로 망명했었다. 보석 가운데에는 미얀마산(産) 루비와 다이아몬드 브로치, 팔찌, 귀고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1990년 이후 필리핀 중앙은행 금고에 보관돼 왔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16일 필리핀의 라울 곤살레스 법무장관이 ‘좋은정부위원회’에 보낸 편지에서 압류된 보석의 법적 소유주는 여전히 이멜다 씨라고 밝히면서 법적으로 정당하다면 이들 보석을 마르코스 일가에 돌려줄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좋은정부위원회’는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정축재 재산을 환수하기 위해 설치된 기구다.

소식을 들은 이멜다 씨는 “진실과 정의가 승리하도록 만들려는 글로리아 아로요 정부의 노력이 시작돼 신께 감사한다”고 환영의 뜻을 표했지만 필리핀 정부는 보석을 계속 정부 통제하에 둘 것이라고 16일 밝혔다.

필리핀 대법원은 “보석은 마르코스 일가가 훔친 재산의 일부이며 부정이득금지규정에 따른 압수품”이라며 “대법원은 마르코스 대통령의 합법적인 수입을 넘어선 재산은 모두 부정하게 축적한 재산으로 간주해 왔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보석이 이멜다 씨 및 그 가족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의 담보물로 압류된 것이기 때문에 법원 결정 없이 되돌려줄 수 없다”면서 정부가 보석을 되돌려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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