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혁명이 녹색혁명 이끈다”

  • 입력 2009년 5월 28일 02시 59분


美에너지장관, 건물-지붕 흰색칠 법안 추진
“11년간 차가 내뿜는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

“하얀 세상이 녹색 혁명을 가능케 한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추 미국 에너지장관(사진)이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 새로 건축되는 건물의 지붕을 하얗게 칠하도록 규제하는 법안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 등이 27일 보도했다. 추 장관은 2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기후변화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도로, 건물 색을 흰색으로 바꾸면 11년 동안 전 세계 자동차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추 장관은 “도로의 경우 하얗게 칠하면 운전자에게 방해가 될 수 있지만 건물 지붕은 아무도 보지 않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색을 밝게 바꾸는 것도 에너지 소비를 절감해 기후변화 방지에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선 캘리포니아 주가 2005년부터 상업건물의 지붕이 평평할 경우 흰색으로만 칠하도록 규제하는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또 이 법안의 적용범위를 일반 주택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더타임스는 건물 표면을 흰색 등 밝은 색으로 칠하면 햇빛의 80%를 반사해 열 방출 효과가 어두운 색보다 4배가량 높다고 전했다. 기후가 더운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건물 외벽이나 지붕을 하얗게 칠하는 것도 이 같은 원리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건물 내부의 온도가 낮아지면 냉방에 쓰이는 에너지 사용량도 줄어 온난화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지난해 미국 로런스버클리연구소 연구진은 세계 주요 100개 대도시에서 건물 색만 밝게 바꿔도 이산화탄소 440억 t의 방출을 막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향후 10년 동안 세계 각국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맞먹는 규모다. 추 장관은 미국 정부가 친환경 에너지 연구에 투자를 늘려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며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새로운 혁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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