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법관 후보 첫 히스패닉계 지명

  • 입력 2009년 5월 27일 02시 49분


뉴욕 빈민가 출신 女판사 소토마요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6일 신임 대법관 후보로 히스패닉계 여성인 소니아 소토마요르 제2연방항소법원 판사(54·사진)를 지명했다. 소토마요르 후보가 상원의 인준을 받으면 미국 역사상 여성으로서는 세 번째, 히스패닉계로는 최초로 대법관직에 오르게 된다. 또 총 9명으로 구성된 대법원 판사 가운데 1993년 대법관이 된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대법관을 포함해 여성이 2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충일 연휴에 마음을 정한 뒤 참모들에게조차 내용을 비밀에 부친 채 대법관 인선 발표 준비를 지시했다. 그는 26일 오전 9시경 소토마요르 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지명 의사를 전했고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 등 최종 후보로 올랐던 3명에게도 위로 전화를 걸었는데 그들도 모두 여성이었다.

소토마요르 후보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염색 노동자의 딸로 뉴욕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9세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 마약병동 간호사인 편모 슬하에서 자랐다. 특히 8세 때 당뇨병에 걸리는 등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겪었다. 하지만 프린스턴대 학부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예일대 로스쿨에 진학해 법학저널 편집장을 지냈다.

이번 신임 대법관 지명은 15년 만의 민주당 출신 대통령에 의한 대법관 지명이다. 신임 대법관 한 명의 성향에 따라 사회 전체의 보수 진보 간 역학관계가 영향을 받게 되므로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리버럴 성향의 당파성 강한 인물을 지명할까봐 극도로 경계해왔다.

그런 점에서 소토마요르 후보는 초당파적 성향으로 분류된다. 처음 판사로 발탁된 건 공화당인 조지 부시(아버지) 대통령에 의해서였고, 항소법원 판사 지명은 빌 클린턴 대통령이 했다. 지적재산권 분야가 전공영역이며, 낙태 문제에 대한 특별한 판결 기록은 없다. 물론 일부 보수단체는 26일 “소토마요르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법조문보다 앞세우는 리버럴 행동주의자”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히스패닉계의 점증하는 정치적 영향력을 감안할 때 공화당도 인준에 적극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법관 지명은 데이비드 수터 대법관이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며 은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뤄졌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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