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섬나라에 정성쏟는 日

  • 입력 2009년 5월 24일 02시 54분


도서국 정상회의 개최… 15國 참가
국제무대 중국 영향력 견제 목적

태평양지역 도서국의 정상들을 일본에 불러 개최하는 제5회 ‘태평양 섬나라 정상회의’가 22, 23일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열렸다. 이처럼 일본이 섬나라 정상들을 불러 모아 정성을 쏟는 배경에는 이 지역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상들은 23일 △‘태평양 환경공동체’ 결성 △일본은 향후 3년간 500억 엔 지원 △일본이 환경과 보건 분야 3500명의 인재 육성 등의 내용을 담은 ‘홋카이도 아일랜더스 선언’을 채택해 태평양 섬나라와 일본 간 인적 교류와 연대를 강화해 나간다는 데 합의했다. 이 자리에서 공동의장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는 “해수면 상승이 섬나라들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다양해 그 해결이 최우선 과제의 하나”라며 일본이 태양광 패널이나 해수담수화장치 설치 등 도서국의 환경 대책에 지원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태평양 섬나라 정상회의는 1997년부터 3년에 한 번씩 일본에서 열리고 있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원조공여국을 포함해 15개국 2개 지역의 정상이 참석했다. 이들 도서국 대부분은 인구가 적고 큰 산업이 육성되기 어려워 신탁통치를 하던 미국이나 역사적인 관계가 깊은 호주 뉴질랜드 국제기관 등의 재정지원을 받아 왔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이 태평양 도서국 중시의 자세를 선명하게 하는 것은 중국 등의 진출을 경계하면서 역사적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2006년 4월 ‘중국 태평양 도서국 경제개발협력포럼’을 처음으로 열고 3년간 430억 엔 규모를 지원키로 하자 일본은 제4회 태평양 섬나라 정상회의에서 지원액 규모를 기존 연간 100억 엔에서 3년간 450억 엔으로 늘린 바 있다.

또 일본 정부는 이 지역에 앞으로도 환경 대책 등 중국이 손대기 어려운 분야의 지원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정상회의 참가국은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소중한 ‘표밭’이 된다. 이번 정상선언에서도 태평양 정상들은 ‘유엔을 통한 평화와 안전 확보에서의 일본의 공헌’을 인정해 일본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하는 입장임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이들 지역은 경제적으로도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서국들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모두 합하면 북미대륙에 필적하는 약 2000만 km²에 달한다. 이곳에서는 일본에서 소비되는 다랑어의 약 30%가 잡힌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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