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장 놓칠라” 헤지펀드 속속 복귀

  • 입력 2009년 5월 12일 03시 03분


중국 브라질 등 신흥경제국의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신흥국 주가가 오르고 있다. 7일 대만 수도 타이베이의 증권사 객장을 찾은 고객이 주가가 크게 오르자 환하게 웃고 있다. 타이베이=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브라질 등 신흥경제국의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신흥국 주가가 오르고 있다. 7일 대만 수도 타이베이의 증권사 객장을 찾은 고객이 주가가 크게 오르자 환하게 웃고 있다. 타이베이=로이터 연합뉴스
“오를때 타이밍 놓치면 큰코”

유동성 늘어 일단 긍정적,고삐없는 활동 재개 비판도

세계적인 헤지펀드들이 주식시장으로 되돌아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주식시장에서 썰물 빠지듯 빠져나갔던 ‘큰손’들이 회귀하고 있는 것. 돈 냄새를 가장 빨리 맡는 헤지펀드 귀환을 두고 얼어붙은 세계 경기가 본격적인 봄바람을 타는 게 아니냐는 낙관론이 나온다. 그러나 낙관만 하기에는 실업률 등 세계 실물경기가 아직 불안하다. 또 ‘금융위기 주범’인 헤지펀드가 구체적인 금융규제안이 마련되기 전에 다시 활약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1일 “올 들어 주식시장에 빨리 복귀한 헤지펀드가 그렇지 않은 헤지펀드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면서 “이 수익률 편차가 헤지펀드의 주식시장 복귀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시카고 금융조사기관 ‘헤지펀드 리서치’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세계적 헤지펀드 평균 수익률은 4.2%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수익률은 천차만별이다. 상승장을 일찌감치 낙관하고 주식투자 비중을 높인 헤지펀드 수익률은 평균 6.1%에 이르고 30%를 웃도는 곳도 많다.

예컨대 영국계 헤지펀드 오데이애셋매니지먼트(자산 12억 달러)는 올해 바클레이스 은행 등 영국계 은행주에 투자해 4월에만 30%의 수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주가 폭락으로 자산이 반 토막(49% 손실)난 미국계 헤지펀드 글렌뷰캐피털(자산 25억 달러)도 의료산업 주가 반등으로 4월까지 26%의 수익을 올렸다. 반면 최근 주가반등에 보수적 태도를 취한 펀드는 정반대 결과를 낳았다. 칠드런스인베스트먼트펀드(자산 95억 달러)는 지난해 43%의 손실을 입었는데 올해 주식 대신 현금성 자산에 투자해 다시 7%의 손실이 발생했다.

자산가 등으로부터 펀드를 받아 운용하는 헤지펀드로서는 수익률이 회사의 존폐를 가른다. 대세 상승장에 유보적이었던 헤지펀드가 대거 투자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대세 하락장에서는 잘못된 투자결정을 오래 끌고 가도 큰 문제가 없지만 대세 상승장에서는 잘못된 투자결정이 잠시만 지속돼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

헤지펀드 귀환은 일단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헤지펀드가 몰림으로써 시장에 대한 낙관론이 퍼지고 다시 자본이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미국 주택시장과 가계소비도 안정을 되찾아가는 모습이어서 경기회복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의 실업률 등 실물지표가 여전히 안갯속인 데다 금융시장도 불안한 상황에서 금융산업의 첨병인 헤지펀드가 아무 규제 없이 다시 활동하는 것은 더 큰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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